[사설] 비정규직 법망 밖에 방치할 건가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4-11-24 07:06
입력 2004-11-24 00:00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이라며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재계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열린우리당은 당초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연내 처리하겠다던 방침을 바꿔 내년 초 임시국회로 넘길 뜻을 내비치고 있다. 정치권의 눈치보기, 노동계와 재계의 힘겨루기에 떠밀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 법의 보호망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꼴이다.

파견노동자의 대상과 요건을 완화한 관련법 개정안과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법안은 ‘주고 받는’ 성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노동계와 재계는 새로 챙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하면서 양보하게 되는 부분만 과대 포장하고 있다. 그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70∼80%가 보호법안의 도입에 찬성하고 있음에도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비정규직은 55.4%(노동계 기준, 노동연구원 기준은 32%)에 이를 정도로 노동시장의 중요한 고용형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불법 파견근로가 성행하는 등 대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정규직의 61%에 불과할 정도로 근로조건이 열악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비정규직 대책은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불합리한 차별을 최대한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비정규직을 법과 제도의 틀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따라서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다. 진정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2004-11-24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