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김관우(29·㈜탠코) 구수현(25·㈜탠코)
수정 2004-11-11 00:00
입력 2004-11-11 00:00
회사에 입사해 본부 회식 때 오빠를 처음 봤다. 별 느낌 없었다.‘그냥 성실해 보인다.’라는 것밖에는. 잠바, 청바지, 가방 다 촌스러웠다. 그런데도 은근히 자세히 보았나 보다. 그런 소품까지 생각나는 걸 보면. 후훗.
그런데 생각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관우 오빤 나한테 서울랜드로 놀러 가자고 했다. 단 둘이.
그렇게 데이트 신청을 받고 나서 얼마나 설레고 기뻤는지, 지금까지 살면서 그 때만큼 설렌 적이 없는 것 같다. 서울랜드에서 우린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손을 잡고 다녔다. 잡은 두 손에 땀이 흥건한데도 놓지 않았다. 내가 너무 조그마해서 잃어버릴까봐 그랬단다. 시커먼 속을 누가 알랴만은, 그땐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그일을 계기로 우린 사내 커플이 되었다. 하지만 사귀기 전 설렘과는 반대로 처음엔 참 많이도 싸우고 울고 속상했다.
계속 만나야 할까도 고민하고 헤어지자고도 해보고…. 한 8개월 정도는 그랬던 것 같다.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자상한 남자를 꿈꿨지만, 오빤 너무도 달랐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오빠가 날 사랑하는 방식을 조금씩 알 것 같다. 표현할 줄도 모르고 내색도 하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 날 얼마나 아끼고 생각하는지,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주말에 오빠가 나랑 안 놀고 친구랑 논다고 하면, 난 화내고 질투할 텐데, 내가 친구랑 만난다고 하면, 오빤 재밌게 놀다 오라면서 용돈 줘서 보내는 사람이니까.
남들은 사내 커플이라 매일 봐서 좋겠다며 부러워하지만, 그건 모르시는 말씀. 남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으려고 서로 모른 척할 때가 더 많았다.
어떨 땐 서로 말 안하고, 너무 사무적으로 대하니까 정말 남 같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가슴 한쪽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휑한 느낌. 하지만 이제 결혼하면 그런 답답한 생활에서 해방이다. 관우 오빠! 우리 회사에서 티 내지 않으려고 더 조심하고 표현 못했던 거, 결혼해서 만회하자. 행복하게 살자고 손가락 걸고 약속!
모두들 지켜봐 주세요.
김관우(29·㈜탠코) 구수현(25·㈜탠코)
2004-11-11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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