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매맞는 운동선수들/최병규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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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11-11 08:09
입력 2004-11-11 00:00
10일 세계 최강의 한국 여자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밝힌 코칭스태프의 구타 사실은 분노를 넘어 오히려 안쓰러울 정도다.“차라리 죽고 싶었다.”는 대목에선 한숨조차 내쉬기 어려운 절망감마저 앞선다.

이같은 체육계 일선 지도자들의 구타 관행은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리지 않고 심심찮게 이어져왔다. 게다가 겉으로 불거진 사실뿐만 아니라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코칭스태프와 하나된 생각에 남모를 고통속에 숨겨진 사건들은 무수히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체벌 수위를 훨씬 넘어선 구타와 언어 폭력, 철저한 사생활 감시가 횡행한 것은 체육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성적 지상주의’ 앞에서는 묻혀버린 것이 사실이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라면 혹독한 훈련과 어느 정도의 체벌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는 선수들에게도 배어있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이 겪는 비인격적인 구타 행위는 몇십개의 금메달과 하늘을 찌르는 명성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상처다.

2년전 프로야구의 한 감독은 선수를 나무라다 방망이로 머리를 쳐 여섯 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혔는가 하면 지난 아테네올림픽 여자유도 감독은 폭행에 가까운 동작을 취하다 국제적인 망신을 산 것이 최근 대표적인 불미스러운 사례다. 일선 지도자들의 자성과 노력으로 예전보다 훨씬 나아지긴 했지만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한국 스포츠의 가부장적 정서 탓이다. 그러나 선배가, 윗사람이 시키면 무조건 따라해야 한다는 원칙은 이제 설득력이 없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경기력 향상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목표를 제시해 주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 운동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데 있다.”면서 “무엇보다 지도자와 선수들간의 쌍방향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한국체육과학원 이한규 박사의 충고는 일깨우는 바 크다.

최병규 체육부 기자 cbk91065@seoul.co.kr
2004-11-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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