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용택 새 산문집 ‘풍경일기’
수정 2004-10-21 00:00
입력 2004-10-21 00:00
봄 편에는 ‘花’가 부제로 붙었다. 어김없이 매화꽃 흐드러지는 고향 섬진강변의 봄풍경 노래로 운을 뗀다.“매화꽃 피면/그대 오신다고 하기에/매화더러 피지 마라고 했지요/그냥, 지금처럼/피우려고만 하라구요.” 짧은 시어들을 풀어놓다, 번민과 허망으로 가득찼지만 차마 내칠 수 없는 인생이라면 순하게 받아들임이 아름답지 않겠냐고 등을 토닥인다.“그대들이 짊어진 그 무거운 짐들, 저 매화나무 아래에 다 부려라.(…)그러면, 그렇게 하면 그대들 마음 구석에서 화사한 홍매 한 송이 벙그러지며 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매화꽃 환장하게 흐드러졌네’ 중에서)
여름 편에서는 비가 오고(부제 ‘雨’), 가을 편에서는 잎이 지더니(‘葉’), 겨울 편에서는 그예 기다렸던 눈이 내린다(‘雪’).“아! 달이라도 떠보라지.(…)그대들이 휘어잡고 있는 두 손아귀의 모든 것들을 놓고, 홀로 걸어라. 그 강 길을. 흐르는 강물을 곁에다 두고 강물과 함께 걷는 삶의 행복함을 맛볼 것이다.”(가을 편 ‘천담리 가는 길’ 중에서)사진작가 주명덕의 풍경사진들이 사이사이 끼어들었다. 서정의 고랑에 움푹움푹 발이 빠진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4-10-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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