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징금 징수 겨우 2% 정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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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10-20 00:00
입력 2004-10-20 00:00
대검찰청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4617억원이나 되는 추징금을 시효 만료로 징수하지 못했다. 또 누적 추징금에 대한 징수율은 매년 겨우 2∼3%에 머물렀다. 추징을 형벌권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저조한 수치다. 특히 고액을 추징받은 사람들이 고의로 회피하고 있다.10억원 이상을 미납한 사람은 90명이나 되고 이들이 내지 않은 추징금은 1조 3400여억원에 이른다.

징수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추징 대상자들이 재산을 빼돌려 놓기 때문이다. 수사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추징금 선고가 예상되면 얼마든지 재산을 은닉할 수 있는 제도상의 맹점을 피고인들은 악용하고 있다. 가진 돈이 29만원밖에 안 된다며 아직도 1672억원을 미납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도 그런 경우다. 신동아그룹 계열사 전 대표 김종은씨는 무려 1964억원을 내지 않았고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된 여운환씨,‘병역비리 대부’ 박노항씨,‘정현준 게이트’의 정현준씨도 고액 미납자다. 대부분의 거액 비리 사범들이 추징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추징은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엄연한 국가 형벌권이다. 그런데도 집행 수단이 매우 약하다. 인력과 조직도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55개 일선 지검·지청 가운데 독립적으로 집행과를 둔 곳은 절반도 안 된다. 담당 인력은 전체 검찰직원의 7%인 64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있으나 마나한 제도가 안 되게 하려면 검찰이 추징권을 강력히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또 수사나 재판중에라도 장차 추징될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법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력을 증원하고 시효를 늘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2004-10-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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