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벤치마킹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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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10-18 07:10
입력 2004-10-18 00:00
안팎으로 어려움에 놓인 국내 증권업계에 대형 외국증권사 벤치마킹(뛰어난 업체의 제품이나 경영노하우 등을 본떠 도입하는 것) 열풍이 한창이다.

주식매매 수수료 중심에서 인수합병·자금조달 주선, 경영컨설팅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선진모델을 본뜨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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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투자증권을 인수, 우리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은 통합증권사를 기업영업 중심의 금융회사로 키우기로 하고 이 분야에 강한 미국 골드만 삭스를 모델로 삼았다. 개인매매 중개 등 소매금융은 확 줄이고 인수합병 및 기업공개, 경영컨설팅 등 도매금융과 투자은행(IB)업무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통합증권사의 새 사장은 외국 증권사 한국 대표들을 중심으로 물색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양쪽 다 강점을 갖고 있는 메릴린치에 관심이 많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기업영업이 중요하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개인쪽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그런 면에서 메릴린치가 최적의 모델”이라고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찰스 슈왑과 메릴린치를 동시에 벤치마킹하고 있다. 설경석 이사는 “개인 자산관리 부문은 메릴린치에서, 다양한 펀드 판매는 찰스 슈왑에서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닷컴은 미국 아메리트레이드를 기본 모델로 정했다. 관계자는 “온라인 주식거래에 강점이 많은 아메리트레이드가 우리 회사의 향후 방향과 가장 어울린다.”면서 “이밖에 찰스 슈왑의 펀드 판매, 이트레이드의 모기지론 등 은행식 자금거래도 벤치마킹 연구대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외국사들을 연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업종간 장벽이 무너지고 글로벌화되는 상황에서 주식매매 중개라는 전통적 수익원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사장을 지냈던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은 “매매중개는 증시가 호황일 때에도 연간 1000억원 정도 버는 게 고작일 정도로 수익성에 한계가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의 위기는 외국사와 국내사의 올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실적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17일 금융감독원 잠정집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는 올 상반기 세전(稅前)이익이 4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9144억원에 비해 51.5%가 줄었다.

반면 외국계는 1487억원으로 전년 동기(1498억원)와 비슷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외국사는 기업공개, 마케팅 등 기능별 특화가 잘돼 있지만 국내사들은 한 개의 팀에서 모든 것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면서 “첨단 전산시스템에 의한 정확한 정보 및 전망치 산출도 국내 증권사들이 시급히 따라잡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투신사 대표는 “국내사들이 하드웨어만 도입하기보다는 철저한 투자원칙 등 소프트웨어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박지윤기자 windsea@seoul.co.kr
2004-10-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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