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외국인 백일장 900여명 참가
수정 2004-10-07 07:58
입력 2004-10-07 00:00
제558돌 한글날을 사흘 앞둔 6일 ‘제11회 전국 외국인 한글백일장’이 열린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57개국에서 온 934명의 외국인과 교포들은 ‘백일장’이라기보다 ‘국어대사전 들춰보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왁트는 그러나 “내년이면 한국의 법률 시장이 개방되는데 외국인 변호사는 현재 거의 없는 실정”이라면서 “하루라도 빨리 한국어를 잘해야 한다.”고 사전을 고쳐잡고 ‘면학열’을 불태웠다.
일본 간다외국어대에서 2년 동안 한국어를 전공한 와타나베 가나코(22·여)도 “지난 2월부터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는데도 한국어는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재미교포 박혜영(25·여)씨도 “나의 ‘뿌리’인 한국말을 잘하고 싶어 한국에 왔지만 아직 잘 못한다.”면서 “존대말이 너무 복잡하지만 과학적이고 우수한 좋은 언어 같다.”고 말했다.옆에 있던 재미교포 허지선(23·여)씨는 “나도 한국말 잘 못한다.그래도 더 많이 배워서 더 잘하겠다.”면서 “한국어는 말을 배우기는 어려운데 글은 소리나는 대로 쓰면 되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다.”고 거들었다.
상대적으로 한국어에 익숙한 한국문화 유경험자 등 ‘고수’들은 여유있게 가을 정취를 즐기며 글을 써내려갔다.일부 참가자는 원고지에 한글로 하트 모양을 그리는 등 다양한 여유와 유머로 심사위원들을 즐겁게 했다.따뜻한 햇살 속에서 반쯤 드러누운 채 원고지를 들여다보던 노르웨이인 다니엘 바트(26)는 거의 한국인 수준의 한국말로 반겼다.“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어를 공부했거든요.오슬로대학 재학 시절에도 한국말·역사를 공부했지요.한국의 모든 것을 좋아합니다.한국 것은 다 좋아합니다.김치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걸요.맵고 짜면 무조건 좋아요.”
한국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 백일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참가자도 있어 웃음짓게 했다.러시아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의 안드레 레이(25)는 “한국의 가을 날씨가 너무 따뜻하고 좋다.”면서 “이런 좋은 날씨에는 도저히 글에 집중할 수 없다.”고 딴청을 부리기도 했다.
베이징외국어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평양 주재 기자로 활동하면서 김일성대에서 1년 동안 공부했다는 중국신화통신 리창유 기자는 “한국 문학작품,특히 피천득 수필을 좋아한다.”며 유창한 한국어를 자랑했다.
이날 백일장에서는 탄자니아의 마가렛 비아문구가 장원을 차지,문화부장관상과 상금 70만원을 받았다.우수상은 미국의 마틴 하임스와 러시아의 무드러바 예브게니야가 시와 수필 부문에서 각각 수상했다.비아문구의 시는 “너무 캄캄해서 내 자신이 안보인다/아무리 찾아도 길은 안보인다/험하고 손을 뻗어도 잡아주는 게 없다/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될까?/내 자신이 두렵다.”로 시작한다.
1992년부터 백일장을 열어온 연세대 언어연구교육원 조철현 원장은 “언어는 그 사회의 사상과 문화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문화의 원천”이라면서 “한국의 얼과 문화가 세계 곳곳에 전파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2004-10-07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