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삼일회계법인 ‘휘청’
수정 2004-09-23 00:00
입력 2004-09-23 00:00
최근 한달 사이에 국민은행·하이닉스의 부실 감사에 따른 중징계와 코오롱캐피탈 황령사고에 대한 부실 감사 의혹이 제기되면서 삼일회계법인의 신뢰성뿐 아니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마저 거론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측은 외부 감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능력 부족뿐 아니라 ‘공범’ 가능성에 대한 시각도 적지 않다.이에 따라 시장점유율 30%를 웃도는 삼일회계법인으로서는 신뢰 상실과 고객 이탈 등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2일 정례회의를 열고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난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에 대해 과징금 7억 7040만원과 벌점 200점을 부과했다.회계법인에 대한 과징금 규모로는 최대다.또 하이닉스에 대한 감사를 5년간 제한하는 한편 손해배상기금 100%를 추가 적립토록 했다.특히 관련 회계사 2명에 대해서는 2년간 직무를 정지하도록 재경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하이닉스에 대해서는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종섭 전 대표이사와 임정호 전 자금담당 상무를 검찰에 고발했다.이와 함께 하이닉스 현 경영진으로부터는 회계기준을 준수하겠다는 각서를 받기로 했다.(서울신문 9월21일자 보도)
황인태 금감원 전문심의위원은 “삼일회계법인에 대한 이번 제재는 ‘중과실 1단계’에 해당되지만 1995년부터 9년간 하이닉스에 대한 감사를 맡아온 점을 감안해 ‘고의 1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가중 처벌했다.”면서 “회계법인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으로는 최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감사인에게 허위 자료나 허위 정보를 제공할 경우 이를 적발하기는 어렵다.”면서 “감사인에게 요구되는 행정·법적 책임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재정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곽노근 교수는 “제한된 시간과 인원으로 정확한 감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면서 “조직적으로 감사인의 눈을 피하려는 일부 경영자들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Y회계법인 관계자는 “일감을 따기 위해서는 법인이 고객사에 잘 보여야 하고 편의를 봐줘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면서 “큰 회사를 잡기 위해서는 안타깝지만 눈감아 주는 일도 생기지 않겠느냐.”고 털어놓았다.
김태균 주현진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4-09-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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