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년의 클럽하우스] 샷실수 인정하자
수정 2004-09-22 06:43
입력 2004-09-22 00:00
필드는 모처럼 북적거리는 계절을 맞았는데,항상 과유불급이라.코스가 시끌벅적한 이유는 한여름 동안 클럽을 잡지 않은 탓에 몸이 굳어 공은 마음먹은 대로 가지 않는 반면,남의 지갑의 돈을 내 것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의 예전 버릇은 여전하기 때문.분명 자신은 한 타 적게 플레이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한 타 많다고 하니 뒤돌아서 공 있던 자리를 되짚으며 자신의 타수를 따지느라 한 홀의 플레이를 마치면 붉으락푸르락 얼굴색이 변하고,고성이 오가는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타수는 자신이 플레이한 대로 계산되는 법.결국 주변 사람들의 판정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괜히 클럽을 탓하고 온갖 핑계를 들춰내기 시작한다.
필드에서 회자되는 핑계 거리는 골퍼의 수만큼 많다.술,여자,건강,클럽,회사와 가정 사정 등등.365일 날마다 다른 핑계가 있고 주제 역시 다양하다.자신의 실수를 미화하기 위한 핑계가 이어질수록 내기에 동참한 골퍼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흐른다.
스윙을 잘못했을 때 근육이 기억하는 시간은 약 20여 초에 불과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진정시키면 평소의 스윙 감각을 되찾을 수 있다.하지만 새로운 핑계 거리를 찾기 위해 머뭇거리는 과정에서 받는 정신적인 충격과 이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은 그 날의 플레이를 망치는 악순환의 배경으로 작용한다.어물쩍 넘어가는 핑계도 한두 번이지 실수가 계속되면 또 무슨 핑계를 댈 것인가? 마음이 편치 못하면 플레이는 엉망이 되기 마련이다.
라운드 후반 자포자기한 사람이 실토하는 핑계의 최종판은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라나.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하지만 실수를 범했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솔직히 실수를 인정하자.이것만이 그 날의 라운드를 망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있는 그대로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잠시 다른 사람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준 다음 홀에서 자신의 스윙을 되찾아 플레이에 전념하면 자신의 주머니가 다시 두둑해질 것 아닌가.라운드의 참 맛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플레이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2004-09-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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