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영화 ‘베른의 기적’ 10일 개봉
수정 2004-09-10 09:19
입력 2004-09-10 00:00
2차 대전이 끝난 독일의 어느 탄광촌.열 세살 소년 마테스(루이스 클람로스)에겐 마을 출신의 축구선수 란(사스카 고펠)이 영웅 같은 존재다.어느날 11년 동안 러시아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아버지(피터 로메이어)가 돌아오면서 집안에는 균열이 생긴다.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매사를 독단으로 처리하며 가족들을 갈등과 침묵으로 내몬다.
스포츠 영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관객들은 편견을 떨쳐야 할 것 같다.이야기의 핵심이 축구장 안에 머무는 게임영화는 아니다.축구는 전후 피폐해진 독일 국민과 드라마속 가족 모두에게 유일한 희망.분열된 가족을 화해시키고 정체성을 찾게 해주는 역동적 소재로 축구가 동원됐을 뿐이다.
아들의 영웅인 란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결승전 전날,아버지는 마테스를 데리고 베른으로 떠난다.억지 감동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화의 매력은 더한다.베른행 여행길에 올라 흐뭇한 눈빛으로 무언의 대화를 섞는 부자(父子),흥분으로 격앙된 경기장 화면이 감동의 진폭을 거부감없이 키워나간다.
아쉬움이 없진 않다.아버지와 아들을 극의 구심점으로 삼은 영화는 유쾌한 곁다리 이야기들을 끼워넣어 드라마의 부피를 키우려 했다.본선까지 승승장구하는 독일 축구대표팀,월드컵 취재를 맡아 베른으로 떠나는 젊은 기자 부부 등 별개의 상황구도가 그것.
하지만 그들이 이음새 없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느낌이다.쉔케 워트만 감독.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4-09-10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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