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의 섹스&시티]애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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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9-09 00:00
입력 2004-09-09 00:00
요즘은 주위에 연하 남자친구 있는 친구들이 참 많죠?제 친구 애란이 역시 연하를 사귀었죠.그것도 6살이나 차이가 나는 남자를 말이죠.이 얘기를 애란이로부터 처음 들었을 때 주위 반응은 두가지.‘너 미쳤구나.’와 ‘재주도 좋다.’였죠.전 부러워서 후자를 얘기했었고요.

애란이가 남자친구를 만난 곳은 고등학교 동문회.처음 만나 이후 후배였던 그 친구가 수능에 대한 조언을 빌미(?)로 애란이게 계속 연락을 했던 거죠.만나면서 애란이도 후배에게 마음을 열었고 어느날 남자친구가 애란이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해서 커플이 됐답니다.

사귀기 시작하고 얼마 동안은 모든 게 순탄해 보였답니다.애란이는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후배는 대학생이 됐지만 큰 문제가 없었죠.데이트 장소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일에 자신감 넘치고 자신보다 잘 알고 있는 애란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어린 남자친구는 마냥 즐거웠으니까요.한마디로 애란이와 있으면 새로움과 재미에 정신을 못차렸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두달쯤 사귀었을 때 애란이가 연하남과 사귀는 고충을 조금씩 털어놓았습니다.뭐,콩깍지가 벗겨지면 흔히 있는 일이죠.대학 새내기인 남자친구가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 공부는 뒷전이고 매일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답니다..애란이는 ‘그건 아니다,지금 공부해서 학점을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부터 ‘네가 만나는 그 친구들은 영양가가 없다.’고 까지 말했다고 해요.하지만 남자친구는 애란이 말을 조용히 무시하고 친구들이 전화하면 영화 ‘대부’에서 콜리오네의 심복이 달려가듯 반응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죠.

다투고 어긋나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애란이는 섹스 때문이라고 말하더군요.숫총각이었던 남자친구의 동정을 선물받고 감동했던 것이죠.게다가 경험이 전무한지라 애란이와 함께 있으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항상 ‘나,잘하고 있는 거야?’라며 상대를 배려하는 페어 플레이(?)를 했던 거죠.나중엔 너무 일취월장한 나머지 바람까지 피웠지만요.



결국 애란이는 얼마전 남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남자친구가 처음엔 애란이의 경험어린 조언을 고맙게 받아들이다가 나중엔 그것을 간섭이나 통제로 받아들였나 봅니다.그래서 어느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또래인 친구와 사귄다고 떠나 버렸으니까요.‘나도 남자야!애 취급하지 마!’라는 말을 남긴 채….

애란이를 보면서 연하남과 사귀는 여자들에게 ‘재주가 좋다.’라는 얘기하는 진짜 이유를 알았습니다.나이를 떠나 비슷한 정신연령에 여러 경험을 공유하지 않으면 만남을 유지하기 힘든가 봅니다.그래서 여자들이 대개 또래나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쪽을 선호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이해심은 물론 참을성 많은 여자들은 연하와의 만남에 ‘도전’할 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연하남 사귀는 것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갑자기 ‘재주없어’ 연하남은 구경도 못해본 게 다행스럽네요.
2004-09-09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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