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여성당구동호회 ‘클레오파트라’
수정 2004-09-03 00:00
입력 2004-09-03 00:00
여성 3쿠션 동호회 ‘클레오파트라’ 김유미(26·여) 회장은 당구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포켓볼의 경우 이제 여성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됐어요.3쿠션도 곧 그렇게 될 겁니다.”
●창립 당시 2명이 500여명으로 늘어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창단 회원인 정씨는 ‘클레오파트라’라는 동호회 이름에 대해 단순히 여자들이 모였기 때문에 그렇게 지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에 보면 당구이야기가 나와요.그래서 세계에서 최초로 당구를 친 여성은 ‘클레오파트라’라는 설이 있죠.”
●수준급 동호인들 다수
동호회 창립 당시 취지는 여성들로만 이뤄진 동호회로 키워보자는 것이었다.하지만 초창기 가입 여성회원의 수가 적고 실력 향상에 한계를 느끼면서 자연스레 남성회원도 받았다.
온라인 회원이 500명이 넘지만 한 달에 2번 있는 정기모임 등 실제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하는 회원은 10분의1도 안되는 30∼40여명.이중 여성회원은 10여명이다.
“아직까지도 여성들이 당구장을 찾는 것 자체를 꺼린다는 증거죠.막상 당구장을 찾아도 포켓볼이 아닌 3쿠션을 치는 것에 대한 주위 시선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고요.”
하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여성 회원들의 실력은 전국에서도 알아준다. 여자 당구계에서 수준급 대회중 하나인 ‘KBS 스포츠 빌리어드 챔피언십’ 여자 3쿠션 부문은 ‘클레오파트라’의 독무대다.
제1대 챔피언 이헌숙을 비롯,제2대 정효진,제3·4·5·6대 오지연,제7·8대 김유미까지 챔피언 4명 모두 ‘클레오파트라’ 출신.특히 정씨는 지난해 여자 3쿠션 한·일전 한국대표로 출전하기도 한 ‘국가대표’급 선수다.
정씨는 얼마전 교통사고를 당해 현재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의사선생님이 절대 당구치지 말라고 했는데 또 치고 말았어요.(웃음)”
정씨는 입원중이던 지난 5월 생활체육 당구대회에 출전해 3위에 입상하는 등 그야말로 ‘당구광’이다.
●특별활동 당구반 학생들 관심 많아
김 회장은 2년전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당구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서울 노원구 일대 10여개 중·고교에 개설된 특별활동 당구반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1년전부터 당구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어요.여학생들도 많습니다.부모님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요.”
김 회장은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동호회 이름에 걸맞게 여성회원들이 주축이 된 ‘클레오파트라’로 재탄생 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제가 가르치는 여학생들 중 당구에 소질과 관심있는 아이들을 동호회에 적극 영입할 생각입니다.본인도 부담없이 당구를 즐길 수 있어서 좋고 동호회도 회원수가 늘어 좋게 되는 이른바 ‘윈윈 전략’이죠.”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2004-09-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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