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내려 지갑 더 닫는다”
수정 2004-08-25 01:49
입력 2004-08-25 00:00
한은은 콜금리 인하에 대한 가시적인 효과분석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한은도 동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가 강하게 담겨 있다.내년의 경기전망이 좋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선제적 방어의 성격도 있다고 말한다.한은 정책기획팀 손욱 박사는 “콜금리 인하로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물가안정이 목표인 한은이 물가보다 금리 인하에 나선 것 자체가 경제의 심리안정에 큰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자생활자의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부장으로 명예퇴직한 뒤 아파트 경비원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김모(60)씨.그는 몇해 전 퇴직금 2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맡겼다.당시만 해도 이자가 연 7.3%에 달해 매월 120만원을 받았다.이후 금리가 점점 떨어져 현재 손에 쥐는 이자는 매월 60만원(연 4.3%)도 안된다.오는 10월이면 만기가 돌아오지만 다시 은행에 맡길 경우 이자는 50만원(연 3.6%)뿐이다.김씨는 “식료품 구입이나 공과금 납부 정도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억 정기예금 이자 소득 50만원
금융권에서는 콜금리 인하가 이자수입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50대 이상의 장년 및 노인층의 소비를 얼어붙게 만든다고 우려한다.
A시중은행에 따르면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 보유자 가운데 75%가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에 쏠려 있다.이들은 금융자산의 73%를 정기예금으로 관리하고 있다.따라서 이들의 주수입원인 이자소득이 금리인하로 낮아지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자소득자 소비줄여… 90년대 日과 비슷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한 통계로 보면 국내 개인금융자산 규모가 1000조원가량 되는데 이 가운데 60%가량이 50대의 장년 및 노인층들이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이 소비에 인색할 경우 소비·투자부진에 따른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일본도 1200조엔의 개인금융자산 가운데 65세 이상의 노인층이 60% 이상을 갖고 있었는데,이들이 초저금리 등에 따른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지갑을 닫은 것이 장기불황으로 빠져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주병철 김유영기자 bcjoo@seoul.co.kr
2004-08-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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