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모기지론] (상)달콤한 유혹
수정 2004-08-19 04:34
입력 2004-08-19 00:00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황선호(31)·송나영(27) 예비부부는 신혼집을 구하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27평형 아파트 급매물을 발견했다.시가(2억 3000만원)보다 3000만원이나 쌌다.집은 탐이 났지만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그동안 꼬깃꼬깃 모아둔 돈을 합쳐보니 6000만원 남짓이었다.부모님들이 돈을 보태줄 형편도 아니어서 은행을 찾아갔다.하지만 부동산투기 억제 바람이 불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90%에서 40∼60%로 뚝 떨어지면서 필요한 금액을 빌릴 수 없었다.그래서 지난 3월 출범한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을 이용하기로 했다.모기지론의 LTV는 70%였다.집값의 70%까지 대출이 된다는 얘기다.
●서민에겐 사막의 오아시스?
종자돈이 부족해도 주택구입이 손쉬운 모기지론이 서민층을 중심으로 갈수록 인기다.집값의 70% 한도에서 최장 20년,최대 2억원까지 대출받은 뒤 연 6.45%의 고정금리로 다달이 똑같은 금액을 갚아나가면 된다.‘집값의 30%만 있으면 집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7월말 현재 2만 3000건에 1조 6000억원이 대출됐다.주택금융공사의 백영부 이사는 “주택시장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꾸준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면서 “기존의 은행권 대출에 비해 대출한도가 높아 집없는 서민·중산층의 집사기가 훨씬 수월해져 갈수록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가 모기지론을 이용하지 않고 은행에서 LTV 50%(장기대출은 60%)를 적용받아 대출을 받았더라면 대출 가능금액은 1억원가량 된다.하지만 소액임차보증금의 일환으로 단기·장기대출에 따라 2400만원을 빼면 실제 대출액수는 7600만원(장기대출은 9600만원)이 된다.반면 공사의 모기지론을 이용하면 1억 4000만원까지 가능하다.
김씨는 “시중은행의 대출상품보다 다소 금리가 높긴 하지만,적은 돈을 갖고 집을 사는 데는 모기지론이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연봉이 3600만원인 황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면서 20년동안 매월 105만원씩 꼬박꼬박 갚게 된다.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을 고려하면 105만원으로 고정된 상환금액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황씨는 말한다.
●달콤한 유혹일수도
황씨와 다른 예도 있긴 하다.한호진(34)·홍정희(31)씨 부부는 집을 장만하는 데 모기지론을 이용하려다가 은행권 가계대출로 방향을 틀었다.대출금액이 많이 필요없었던 데다 금리도 감안했다.모기지론 금리는 7%에서 연 6.45%로 내리긴 했지만 일반 은행에서 6개월마다 변동되는 대출 금리(연 5.9%)에 비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한씨는 “금리 상승기에는 공사의 모기지론이 유리하겠지만,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20년짜리 고정금리를 받을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가 지난 16일 모기지론의 금리를 연 6.7%에서 0.25%포인트 내린 뒤 공사 홈페이지에는 먼저 높은 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항의성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이들이 1억원을 20년동안 빌렸을 경우 이자비용만 연간 25만원씩 총 500만원이 차이나기 때문이다.주택금융공사는 금리를 내리기 전에 대출받은 사람들에 대해 인하된 금리를 소급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모기지론=생필품’시대 온다
전문가들은 양분되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모기지론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다만 집을 주거수단이 아닌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는 정서가 옅어지고,모기지론의 대출 재원인 주택담보대출채권(MBS) 등 자본시장 구조가 성숙돼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미국의 모기지론 전문회사인 패니매(Fannie Mae)에서 근무했던 국민은행 김선욱 과장은 “미국에서는 젊은 부부들이 가진 돈이 많지 않아도 일단 집을 마련한 뒤 평생 갚아나가는 것이 관행”이라면서 “모기지론은 단순한 금융제도가 아니라 생필품과 다름없다.”고 말한다.이어 “주택보유율이 70%대에 육박하는 것도 모기지론으로 쉽게 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만기 3년짜리 단기대출 위주였던 대출관행이 지난해부터 가계부실문제로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금융시장의 안전판으로서의 모기지론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2004-08-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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