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축 ‘이정우→이헌재’
수정 2004-08-13 07:29
입력 2004-08-13 00:00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12일 연세대에서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한 발언이다.인위적인 경기부양 정책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이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상당히 낮아진 듯하다.물론 그는 “무리한 경기부양은 당장 한숨을 돌릴지 모르나 그 효과는 결코 오래 가지 않고 나중에 후회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같은 날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재정확대 의지를 밝히면서 경기부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시장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이 부총리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상적인 경제정책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이 위원장이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에게 쏠려 있던 경제정책 파워가 이 부총리에게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사실상 이 부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부동산정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라.”면서 정책기획위원회가 맡던 부동산대책 창구를 국민경제자문회의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세제·지방세·공급과 수요·금융 등의 부동산 관련 거시 대책을 맡도록 했다.종합부동산세제 보완도 지시했다.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인 ‘10·29 대책’을 주도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가졌던 이 위원장으로서는 맥이 빠졌을 것으로 청와대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책기획위원회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로 부동산 정책 창구를 바꾼 것은 종합적이고 균형된 시각으로 부동산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이 위원장의 정책이 단편적이고 균형되지 못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민간위원들은 노 대통령 앞에서 “최근 부동산 대책이 가격안정에는 성공했지만 거래를 상당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정부 부처 위주로 돌아가야 하는데 위원회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실에서는 부동산 대책을 지나치게 몰고 가다간 건설경기를 위축시켜 경제에 주름살을 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노 대통령에게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이 위원장에게 파워가 집중되면서 이 부총리가 ‘못해 먹겠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입장이 반전됐다.하지만 아직 경제정책의 완전한 파워 이동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이 부총리는 시장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이 위원장의 뒤에는 여권내 386세력이 버티고 있다.시장주의자와 개혁주의자들의 힘겨루기라는 얘기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2004-08-13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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