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10범’ 방심한게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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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8-03 07:50
입력 2004-08-03 00:00
1일 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폭력 사건 피의자인 강간치상 등 전과 10범을 검거하려던 강력반 형사 2명이 피살됐다.심재호(33) 경사와 이재현(27) 순경은 불과 2∼3분 사이에 이학만(35·택시기사)씨가 휘두른 흉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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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사건의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피살…
폭력사건의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피살… 폭력사건의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피살된 이재현(27) 순경의 아버지 이성형(54)씨가 2일 서울 국립경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아들의 영정을 끌어안고 오열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피의자 이씨는 24㎝ 길이의 흉기와 도주 차량을 사전에 준비했고,공범 김모(38)씨를 대동해 경찰 잠복 여부를 망보게 하는 등 치밀하게 대처했다.하지만 경찰은 3단 경찰봉과 수갑·포승줄만 가졌을 뿐 총기를 휴대하지 않는 등 현장 대응이 안이했다는 안타까운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검거 작전 총동원

경찰은 2일 피의자 이씨를 전국에 공개수배하고 각 경찰서와 지구대를 총동원,예상도주로를 중심으로 검문검색에 나섰다.경찰은 키 170㎝ 가량의 마른 체격에 스포츠형 머리,안경을 쓴 이씨의 사진을 공개하고 시민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55분 이씨가 몰고 달아난 택시를 서울 영등포구 신길6동 주택가에서 발견했다.서울경찰청 김병철 형사과장은 “차량 주변에서 피묻은 양복바지를 찾아냈고 이웃 주택가에서 여성용 검정색 칠부바지가 도난당한 것으로 보아 이씨가 옷을 갈아입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경찰은 이씨와 경찰관 살해 현장에 동행한 공범 김씨를 사건 직후 붙잡아 공모여부를 캐고 있다.

사건 재구성으로 본 피살 과정

서울 서부경찰서 형사과 강력2반 소속인 심 경사와 이 순경,정승화(39) 경장은 1일 오후 8시 이씨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섰다.이씨는 지난달 29일 은평구 응암동 S모텔에서 애인 이모(35)씨에게 흉기로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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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경사 등이 이모씨가 피의자 이씨와 만나기로 한 노고산동 C카페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9시 직전.정 경장은 도주로 차단을 위해 바깥에서 대기했다.약속시간보다 22분 늦게 온 피의자 이씨가 애인과 마주앉은 오후 9시25분쯤 심 경사는 경찰 신분증을 제시했다.피의자 이씨는 돌연 흉기를 꺼내 심 경사와 이 순경을 차례로 찌르고 건너편에 세워둔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정 경장이 택시를 타고 뒤쫓았지만 동교동 네거리에서 놓치고 말았다.경찰은 택시의 위치추적장치를 가동했지만,오후 9시51분 동대문구 용답동에서 발신이 끊어졌다.

경찰은 사건 자체가 치정에 얽힌 폭력 사건으로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해 방심한 듯하다.피의자 이씨가 애인에게도 흉기를 휘둘렀음에도 흉기를 소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서부서 관계자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는 무방비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설령 총기가 있어도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휴가받아 온다더니…” 유가족 오열

“휴가는 함양에 있는 부모님과 보내자.오늘은 범인 검거가 있어서 좀 늦을 것 같아.”

숨진 심 경사가 부인 황옥주(39)씨와 나눈 마지막 전화통화의 내용이다.황씨는 “이렇게 떠나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며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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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배된 이학만
공개수배된 이학만 공개수배된 이학만
1995년 경찰에 입문한 심 경사는 황씨와 4년 열애 끝에 2000년 결혼했다.서울 마포서 형사반과 강력반,경비과를 거쳐 지난 2월 말 서부서 강력계에 발령받았다.

3살난 아들에 이어 딸의 출산,경사 승진 등 행복한 기억을 뒤로 한 채 심 경사는 떠났다.

대구 경산대를 졸업한 이 순경은 홀로 보증금 500만원짜리 방에서 자취 생활을 하면서도 부친에게는 살가운 아들이었다.지구대 근무를 거쳐 지난 2월 강력반에 자원한 그는 벅찬 목소리로 “강력반 형사가 됐다.”고 부친에게 먼저 알렸다.

두 형사의 시신은 부검을 거쳐 이날 오후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으로 옮겨졌다.장례식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치러진 뒤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안동환 이재훈기자 sunstory@seoul.co.kr
2004-08-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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