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내외하기/신연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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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7-27 00:00
입력 2004-07-27 00:00
지금은 없어진 풍경이지만 결혼식장 하객석에 남녀가 따로따로 앉은 적이 있었다.남녀가 7세가 되면 자리를 함께하지 않는다는,전통적인 내외하기 관습의 잔재였을 것이다.그런데 이 관습이 아주 사라졌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생각지도 않은 때 한번씩 불쑥 나타나 사람을 당혹케 한다.부부동반 모임에 가서 남자 따로 여자 따로 앉게 되는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한번은 미국 출장 중 한 교포 집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미국 대학교수인 교포는 우리 일행과 업무관련이 많은 사람이어서 물어볼 말이 많았다.그러나 막상 집에 도착해 인도된 곳은 그와 한자리가 아니었다.무조건 남자손님은 메인 테이블로,여자손님은 보조 테이블로 안내되었던 것이다.‘남녀칠세부동석’정신의 미국 진출에 감격해야 할지,탄식해야 할지 한참을 헷갈리고 있어야 했다.



남녀가 같은 성끼리 어울리는 게 심리적으로는 보다 편안할지 모른다.그러나 이는 전통 사회의 여성 억압,혹은 배제장치였을 뿐이다.어제도 한 기관에서 전화를 받았다.“여성은 여성끼리 따로 자리를 배치했습니다.” 정말 집요한 생명력의 한국 전통이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2004-07-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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