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대법관 9기수 건너뛴 ‘파격’
수정 2004-07-24 00:00
입력 2004-07-24 00:00
사법사상 첫 여성 대법관 후보의 제청은 최종영 대법원장이 서열위주 인사틀을 과감히 탈피,사법개혁을 요구하는 법조계 안팎의 강력한 목소리에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적구성 다양화 요구 수용
지난해 소장판사들의 연판장 사태로 이어진 대법관 제청 파문의 바닥에는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보수 일색,남성 중심 대법관 구성에서 벗어나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하라는 요구였다.대법원도 김 부장판사 제청 배경에 대해 “여성·소수자 보호와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적합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가 ‘파격’을 넘어 ‘혁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가 단순히 사법사상 첫 여성 대법관 후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연령과 서열에서 기존의 대법관 인선 패턴을 완전히 뒤집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사시20회인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임명된 김용담(사시11회) 대법관보다 9기 후배로,가장 최근 선임된 대법관에 비해 2기 정도 아래 후배가 선임됐던 관행에 비춰보면 파격 중의 파격이다.
또 올해 만 47세인 김 부장판사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지난 88년 49세의 나이로 대법관이 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16년 만에 40대 대법관이 탄생하게 된다.
●16년만에 40대 대법관 탄생
그러나 이런 파격이 계속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지난해 김용담 대법관 임명을 시작으로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6년임기를 마치고 교체되는 대법관은 총 14명의 대법관 중 13명.내년 2월에 변재승 대법관,9월 최 대법원장,10월 이용우·윤재식·유지담 대법관이 대상이다.2006년 7월에는 배기원·이규홍·이강국·강신욱·손지열·박재윤 대법관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최 대법원장이 내년 9월 물러난 이후 새 대법원장이 나머지 9명의 대법관을 제청한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파격인선 지속여부를 점치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열파괴 효과 약해” 지적도
최 대법원장이 김 부장판사를 선택한 것에 대해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보는 분석도 있다.
한 재야 법조계 인사는 “여성이기 때문에 서열파괴의 파급효과가 약하다.”면서 “다음 제청때 기수를 다시 올린다고 해도 누구도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법원조직의 안정을 위해 최 대법원장이 상징성 있는 여성 대법관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한 중견 법관도 “이번 한번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박홍환 정은주기자 stinger@seoul.co.kr
2004-07-24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