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면전 이라니 반군인가”
수정 2004-07-23 08:51
입력 2004-07-23 00:00
#8시40분 민병두 기획위원장이 기자실로 올라왔다.그는 이렇게 비꼬았다.“어젯밤 ‘전면전 한다.’고 해서 전쟁이 난 줄 알고 잠을 못잤다.아프리카 반군인가,남미 민족해방전선인가.정부 상대로 무슨 전면전이냐.”
#9시30분 김현미 대변인이 기자실 마이크를 잡았다.“어제 박 대표가 도발을 하셨더군요.”라는 비아냥은 장황한 비난의 서곡에 불과했다.인신공격성 발언이 이어졌다.“박 대표는 알맹이가 없는 대표적 정치인이다.녹음기처럼 반복하니 한나라당 안에서 ‘콘텐츠가 없다.탤런트 정치다.’라고 하는 것 아니냐.”
김 대변인은 학창시절 경험담까지 끄집어내 ‘박근혜 때리기’를 계속했다.“내가 고교 2학년 때 새마음봉사단 발대식이 전주에서 열렸다.전주시내 고교생들이 체육관에 동원됐다.그날 청록색 투피스를 입은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 찬가 울려퍼질 때 나왔는데 나는 선녀가 하강하는 줄 알았다.지금 도난당한 나의 청소년기를 생각한다.그때 박 대표는 26살 어른이었다.박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파트너다.그런 사람이 지금 국가의 근본을 묻는 것인가.앞으로 10년 후에 이순자 여사가 나타나 국가 근본을 바로 잡자고 하면 어떨까.”
#10시40분 신기남 의장이 의장실에서 기자들을 만났다.그런데 그는 ‘박근혜 때리기’가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신 의장은 “여야 대표가 만나면 얼마나 보기 좋겠는가.”라며 대표회담을 여러번 촉구한 뒤에야 ‘전면전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혔는데,정면 비판은 애써 자제했다.“단어 하나 썼다고 바로 기대를 실망으로 돌릴 순 없는 것 아닌가.전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지,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당연히 기자들 사이에서 ‘대변인-의장 엇박자’란 지적이 나왔다.이에 김 대변인은 “엇박자가 아니라 역할분담”이라고 해명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4-07-23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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