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마음이 병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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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7-16 00:00
입력 2004-07-16 00:00
우리 경제의 병인(病因)이 몸보다 마음에 더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경제할 능력도 저하돼 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경제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이는 국제유가 등 대내외 악재가 걷혀도 경기회복이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경고로,장기불황의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일시적 악재에 초점을 맞춰 만든 경제정책 처방전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은 이런 시각에서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2002년 급증했던 가계빚이 이후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반면 소득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올라오지 않아 몹시 당혹스럽다.저축률도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뾰족히 다른 원인을 찾을 수도 없다.심지어 2·4분기에는 소비가 아예 하강곡선으로 돌아서 (거시경제를 예측하는 전문가로서) 깜짝 놀랐다.” 조 팀장은 그 원인을 ‘개별 경제주체의 자신감 부족’에서 조심스럽게 찾았다.미래에 대한 불안감,소득흐름에 대한 우려 등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개인은 소비를,기업은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4일 “지금 상황은 뭔가 애매하다.(경제가)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돌아가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병에 비유하면 우울증이나 무기력증 환자와 비슷하다.”고 털어놓은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KDI 조동철 팀장은 “만약 이같은 심리적 요인이 더 크다면 지금의 소비·투자 부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삼성경제연구소도 시중에 돈이 풍부한데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들어 투자 부진이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했다.이는 곧 장기불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도 곁들였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당초 기대만큼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여성·노인 인력 등 아직도 투입가능한 생산요소가 많아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일축했다.

이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놀라울 정도로 고비에 강한 국민성을 갖고 있다.”면서 “병 가운데 가장 고치기 힘든 것이 우울증과 무기력증이지만 이번에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KDI는 주요 정책의 결정시기를 가급적 앞당기고,그 전에라도 정책방향을 명확히 알림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확산돼 있는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걷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는 “근로소득세나 이자소득세,법인세 등 세금을 깎아주는 것도 경제하려는 의지를 자극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4-07-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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