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쌀산업 대해부] (하) 유통체계 허점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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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6-19 00:00
입력 2004-06-19 00:00
중국의 국내 쌀시장 개방 요구는 얼핏보기에 위협적이다.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면서 최첨단 도정·가공시스템을 갖춘 점 등을 감안하면 겉으로는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탈농(脫農)’현상이 심화되면서 해마다 벼 재배면적이 줄어들어 자국의 수요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특히 중국내 쌀 유통실태를 들여다보면 쌀 경쟁력이 부풀려져 있음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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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대는 상하이의 최대 쌀 도매시장

중국 최대의 쌀 전문판매 시장인 상하이시 ‘신전(眞新)교역’시장.3000여평의 반구형 도매 시장안에 20㎡짜리 점포 190여개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늦은 오후인 데도 흥정하는 상인들도 보이고,화물차에서 쌀을 내려놓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최근 하루 평균 거래량은 2000t남짓.지난 해 33만t(하루 평균 90t)의 쌀이 거래된 점을 비춰보면 올들어 두 배 정도 거래가 늘었다.질 좋은 동북 3성의 자포니카 쌀이 이곳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동북 3성산(産)’이라는 간판을 내건 점포들이 상당수 있다.

동북 3성 쌀을 찾는 소매상들이 늘면서 쌀 가격도 크게 올랐다.동북 3성 쌀은 ㎏당 3.2위안이다.우리나라의 80㎏짜리 한 가마로 환산하면 3만 8400원.올해 우리나라 정부 수매가격이 16만 1010원이니 4분의1수준이다.한 상인은 “동북쌀이 품귀 현상을 빚어 지난해 말 2.6위안 하던 쌀이 3.2위안으로 올랐다.”면서 “산지 쌀 가격이 계속 올라야 농민들이 농사를 계속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1600만위안(24억원)을 주고 정부로부터 이 시장을 넘겨받았다는 전싱싱(陳杏興·52) 사장은 “이농(離農) 현상을 막으려면 산지 가격이 ㎏당 4위안(현재 2위안 안팎)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지금보다 2배는 더 올라야 쌀 재배 농민들의 수지가 맞다는 얘기다.

쌀 경쟁력 실체와 달라

하지만 중국 쌀의 유통 현장을 보면 쌀 경쟁력의 실체는 사뭇 달라보인다.중국내 유통구조는 크게 3갈래로 볼수 있다.산지 쌀이 중간상을 거쳐 민·관 도정공장과 정부 비축분으로 흘러가거나,중간상이 직접 판매하는 경우다.도정공장용은 ‘브랜드 쌀’로 해외수출 가능성이 있는 쌀이고,직접 판매용은 질 낮은 쌀로 대부분 시골에서 소비된다.우리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정부비축 물량이다.제대로 비축돼 있지 못하다.중국 농업기술경제연구소 간징톈(干經天) 교수는 “중앙 정부는 전체 생산량의 20%,국민의 6개월 소비물량을 지방 정부별로 할당,수매하도록 했으나 이를 지키는 지방정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면서 “기밀이어서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지만 정부 곳간은 텅 비어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중국의 쌀 생산량은 1억 1940만t가량.이 기간의 예상 소비량은 1억 3870만t으로 1930만t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부족분은 옥수수 보리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진흥청의 베이징 파견관인 강충길(姜忠吉) 박사는 “중국 정부는 식량 공급을 제1 국가과제로 삼고 있는데 쌀이 부족한 형편에 수출 여력이 있을 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입장 변화 가능성?

18일 베이징에서 우리나라 대표단과 2차 양자간 협상에 나선 중국 대표단은 한국 쌀 시장의 전면 개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쌀의 수출 물량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중국의 요구대로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대신 4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으로선 실익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 정부의 주장대로 전면 개방을 몇년간 늦춰주는 대신에 낮은 관세를 물고 일정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수출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가 관세화 유예를 조건으로 의무도입한 수입쌀은 22만 5000t으로,중국은 이 중 절반 가량을 5%의 관세만 물고 수출하고 있다.

강충길 박사는 “우리나라 협상 대표단이 여론의 압박으로 성급한 판단을 해선 안 된다.”면서 “실익을 우선한 결과를 얻은 뒤 고품질 쌀을 개발하고,농업전략 전문가들을 양성하면서 농정을 편다면 쌀 문제로 국민이 고통받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중국)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2004-06-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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