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믿다 발등찍힌 ‘조용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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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6-18 00:00
입력 2004-06-18 00:00
중국 지린성 투먼 수용소에 수용된 탈북자 7명이 강제 북송된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탈북자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지난 3월29일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한국송환 협조’를 직접 요청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대(對)중국 외교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이와 동시에,탈북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 형성도 시급한 과제란 지적이다.

‘조용한 외교’의 한계

한국 정부가 그동안 유지해온 탈북자 문제 처리 기조는 ‘조용한 외교’다.북한을 자극시키지 않고,동시에 북·중 관계를 고려해 조용히 물밑 협상을 통해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온다는 정책이다.

이는 지난 2001년 말 장길수군 가족이 베이징 공관에 진입한 이후 지켜온 원칙이었고,몇 차례의 기획 망명 실랑이 끝에 중국은 현지 주재 한국공관이나 외국공관에 들어오는 탈북자는 대부분 한국행을 허용해왔다.

국군포로의 경우 100% 입국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건처럼 탈북을 시도하다 국경 등 ‘거리’에서 검거된 사람들이다.중국 국내법상 불법 월경죄에 해당된다.중국 공안당국은 이들을 대부분 강제 북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미국의 비정부기구인 난민위원회(USCR)는 최근 “매주 탈북자 150명이 강제 송환되고 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북한민주화 운동본부는 “탈북자 문제와 관련,남한 정부가 적극 해결하기보다는 남북 화해의 희생양으로 탈북자문제를 외면해 왔다.”고 정부를 비난했다.일각에선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차원에서 공론화·공개화해 적극적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조용한’ 탈북자 외교의 배경에는 탈북자의 한국 송환 때 지급되는 거액의 정착금을 노린 ‘탈북자 브로커’가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국군 포로의 경우 4억∼5억원에 이르는 정착금을 노려 북한에서 가족과 잘 살고 있는 국군포로를 ‘빼내 오는’ 사례들이 최근 들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정부의 대처

이번 사건에서 국민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부분은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진실을 전달했느냐.’와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의 말만 믿은 채 안이한 대처로 일관한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초 이들이 북송됐다는 탈북자 지원단체와 언론의 보도가 있은 뒤 “중국 외교부로부터 그런 일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부인했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17일 “당시 중국 외교부의 실무진으로부터 파악한 내용이라,그대로 언론에 얘기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린성의 공안 당국이 한 일을 중국 외교부가 몰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하지만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 3월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요청한 일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3개월이나 지나 북송 사실을 파악해 우리측에 통보했다는 사실은 우리 정부의 요청을 무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최근 여당의 핵심 관계자들이 한·중·일 중심론,또는 한·중 동맹시대 도래를 거론하는 것과 관련,“이것이 한·중 관계의 현주소”라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2004-06-18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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