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벌어도 투자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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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6-17 00:00
입력 2004-06-17 00:00
올해 1·4분기(1∼3월)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장사를 잘했다.국내 제조업계의 매출액 경상이익률(경상이익/매출액)은 13.4%였다.1000원어치를 팔면 134원의 이익을 챙겼다는 뜻이다.전년 동기(64원)보다 2배가 넘는다.하지만 설비투자 등 유형자산증가율은 전년말 대비 0.4% 증가에 불과해 투자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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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총자산 가운데 10% 남짓(41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전년 동기(9.3%)보다 0.7% 포인트 높아졌다.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SK㈜ 등 5대 기업의 현금보유액은 14조 9000억원(현금보유비중 13.1%)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은 16일 이같은 내용의 ‘2004년 1·4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발표했다.조사 대상은 연간 매출액이 25억원이 넘는 제조업체 1069곳을 포함해 모두 1569개다.

분기 실적으로는 최고

국내 제조업계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4%보다 7.0% 포인트 올랐다.2001년 분기별 재무제표 공시가 도입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수출호황에다 시중금리가 떨어진데 따른 이자비용 감소,원화 환율 하락에 따른 순외환이익 발생 등으로 영업외 수지가 개선된 게 큰 도움이 됐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부품·영상음향장비(2.8%→20.9%),제1차금속(10.5%→16.8%) 등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으나 의복·모피(8.9%→7.8%),조선·기타운송장비(6.7%→5.6%) 등은 전년 동기에 비해 나빠졌다.

남는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금융비용)도 전년동기(465.4%)보다 2배에 가까운 877.8%나 됐다.100% 이하면 장사를 해 남긴 이익으로 이자돈마저 제대로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양극화는 여전하다

재무구조와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지만 5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에,또 수출기업과 내수기업간에는 격차가 컸다.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5대 기업의 부채비율(전년말 대비 70.0%→69.4%)과 차입금의존도(16.1%→15.8%)는 하락했다.

재무구조가 더 탄탄해진 셈이다.반면 5대기업 이외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07.1%에서 109.8%로 오히려 더 나빠졌다.

매출액 경상이익률도 5대 기업은 20.3%로 5대기업 이외의 10.1%보다 2배나 높았다.

현금은 쌓아두고…

투자지표의 하나인 유형자산 증가율은 전년말 대비 1.3%로 다소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다.하지만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 공장 증설 등을 제외하면 0.4%에 불과해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는 회복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현금보유 비중을 나타내는 현금예금/총자산은 3월말 기준으로 10.0%였다.국내 제조업 전체로는 지난해 말 36조 7000억원이던 것이 지난 3월 말 현재 41조원이었다.5대 기업의 현금보유는 12조 7000억원에서 14조 9000억원으로 늘었다.그만큼 남는 돈을 투자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변기석 한은 조사통계국장은 “유형자산증가율을 계절조정 없이 연간으로 환산하면 5.1% 수준이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를 제외할 경우 연간 1.6%에 불과,여전히 투자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2004-06-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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