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늙은 쥐/김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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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4-06 00:00
입력 2004-04-06 00:00
옛날 음식을 훔치는 데 귀신이 다 된 쥐가 있었다.젊은 쥐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그의 기술을 익혔다.하지만 세월을 어찌 이기랴.“저 늙은이에게 더이상 배울 게 없다.” 모든 비법을 전수 받았다고 지레 짐작한 젊은 쥐들은 결국 음식 나눠주기를 중단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낙이 맛난 음식을 가마솥에 넣고 들일을 나갔다.몰래 이 모습을 훔쳐보던 젊은 쥐들이 달려들어 쇠뚜껑을 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안되겠다.늙은 쥐에게 물어보자.” 누군가의 제안에 모두 늙은 쥐에게 달려가 간청했다.

늙은 쥐가 답했다.“무릇 솥에는 세개의 발이 있다.그 중 하나를 고른 뒤 힘을 모아 그 주변을 파라.그러면 솥이 한쪽으로 기울고,무쇠뚜껑이라도 절로 벗겨질 것이다.” 조선 선조때 풍기군수를 지낸 고상안이 “어른에게 자문을 구하면 잘못되는 일이 없다.”고 주장하며 예시한 이야기다.

“국권은 경험도 없는 어린 아이에게 맡기고,늙은 이들은 수수방관하며 입을 꼭 다문 채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광해군이 즉위해 난정(亂政)을 일삼자 사직하고 귀향한 고상안의 탄식이 어제오늘의 숨소리처럼 느껴진다.

김인철 논설위원˝
2004-04-06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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