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거부→탄핵 수순 盧의 계산된 모험?
수정 2004-03-18 00:00
입력 2004-03-18 00:00
청와대사진기자단
17일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 10일 저녁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와 정동영 의장은 3시간 간격으로 청와대를 차례로 방문해 노 대통령과 사과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두 사람은 “야당의 탄핵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그러니 파국을 막기 위해 사과를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건의를 했으나,노 대통령은 “이 문제는 내 생각이 있다.나한테 맡겨달라.”고 사실상 사과를 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정 의장과 김 대표가 각각 노 대통령에게 정반대의 건의를 했다는 관측도 있다.11일 아침 노 대통령 기자회견 직전 개최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는 “(대통령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반면,정 의장은 “야당이 사과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아마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공유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왼쪽은 김근태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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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어떤 건의를 했든,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이 이미 사과를 안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는 것이다.이같은 노 대통령의 의중은 박관용 국회의장측의 전언으로부터도 확인된다.박 의장은 10일 노 대통령과 4당대표간 회담을 청와대에 제의했으나,청와대측은 “대통령이 탈진해 있어서 어렵겠다.”며 거절했다고 김석우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정황에 대해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 전 특보는 17일 “노 대통령은 지난 50여년간 왜곡돼온 한국의 정치구조를 바꿀 수만 있다면 대통령을 안 해도 좋다는 심경을 평소 여러차례 밝혔다.그러니 야당의 부당한 요구에 사과를 안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면서 “노 대통령의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2004-03-18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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