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우리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서영훈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상임대표
수정 2004-03-13 00:00
입력 2004-03-13 00:00
지금 우리는 민족사적으로나 문명사적으로 중대한 도전을 받는 전환기에 처해 있다.오늘날 인류의 가장 큰 공동의 목표와 과제는 과학 문명의 도구적 기능을 인류의 평화 공존과 복지 증진을 위하여 올바로 선용하는 일이다.우리의 국가적 과제 또한 그러한 세계 질서 속에 참여하여 응분의 협력과 정당한 경쟁을 통하여 국가 민족의 활로를 개척하고 더욱 높은 목표와 이상을 향해 새 역사의 앞날을 열어 나가는 일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지나온 역사를 돌이켜보며 긍지를 갖고 자부할 것은 당당히 자부하고 부끄럽게 반성할 것은 겸손하게 반성함으로써 좀더 나은 앞날을 기약하지 않으면 안된다.기나긴 역사를 통해 한 많은 수난을 당하면서도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강인한 생명력과 정체성을 지닌 문화 민족의 공동체이다.
비록 세계사의 모순이 빚은 냉전 구조 속에서 조국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과 시련을 겪었으나 그 어려움을 이기고 세계가 인정하고 남이 부러워하는 경제 성장을 이룩해 중진국 상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발휘한 국민이다.그러나 우리나라는 협소한 국토에 부존자원이 별로 없고 과학 기술과 자본력에 있어서도 선진국과 격차가 크며 주변은 강대한 나라들로 둘러싸여 있다.모든 이념,경제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세계 속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계속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튼튼한 경제력과 더불어 문화와 도덕이 높은 모범 선진국의 면모와 내실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날 폐쇄적 정체 사회가 낳은 절대 빈곤이라는 구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겪었다.이를 통해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 풍요를 누리게 된 것은 당연히 자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오랜 권위주의 통치 아래 생겨난 구조적 비리와 지나친 물량적 가치 추구는 사회 전반에 많은 역기능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경제적 성장 속에 빈곤층은 늘어갔고 사회 도처에서 그늘은 짙어져 갔다.
정치 지도층의 무능과 비리,공직사회의 부정과 부패,인간성 상실로 인한 잔인한 살상과 패륜행위,집단적 이기주의와 사당파쟁,공공질서 문란과 조직적 폭력,분수없는 소비향락과 퇴폐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나아가 성도덕 타락과 가정윤리 파괴,언론윤리 결핍과 대중문화의 저질화,생명질서 파괴와 환경오염 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한국병’과 사회악이 무섭게 만연되고 있는 것이 어둡고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악과 병리 현상들의 원인과 책임은 뿌리 깊고 광범위한 것이어서 어제오늘 생긴 것도 아니요,한두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우리 모두는 이러한 문제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그 원인과 책임은 여러 가지로 진단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급격한 사회변동과 문화 이전(文化移轉)과정에서 전통적 가치가 붕괴되었음에도 아직 새로운 가치질서가 그 자리를 메우지 못한 데서 찾을 수도 있다.국가 경영을 책임진 정치 지도층의 철학과 능력의 부재,자율과 타율에 의한 구조적 모순과 비리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어찌되었든 이제 우리는 이러한 반사회적,반인륜적 사회악을 극복하고 독재와 빈곤이 없고 부정과 부패가 없으며 혼란과 분쟁이 없는 건강하고 정의로운 선진사회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나아가 다른 나라들이 못 가지고 있거나 상실한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공동체적 가치와 윤리규범을 창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국민적 자각과 민족적 소명의식을 지니고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에 의한 21세기적 패러다임과 목표를 가지고 착실하고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것이다.그리고 한번 발걸음을 뗀 이상 그것을 멈추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정치는 끝모를 혼란속을 헤매고 있다.이럴 때일수록 국민 모두가 새로운 가치관 모색과 정립을 통해 이 혼란을 극복할 길을 찾아야 한다.
서영훈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상임대표˝
2004-03-13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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