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토지문학관 칩거… 마지막 작품 위해 이달말 ‘네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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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3-05 00:00
입력 2004-03-05 00:00
“네팔로 긴 여행을 곧 떠날 예정입니다.현재 구상중인 작품을 위한 워밍업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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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범신(58)씨는 지난 1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명지대 문창과에서 10년 봉직해온 교수직을 내팽개쳤다.이어 강원도 원주시 산골짜기에 있는 원로 소설가 박경리씨의 ‘토지문학관’으로 훌쩍 들어가 버렸다.그런 박씨가 이제 생애 최고이자 마지막 ‘작품’을 위한 긴 여정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우선 이달 말 네팔로 떠나 4개월가량 현지에 머물면서 깊디깊은 ‘고독의 항아리’에 들어갈 예정이다.자본주의에 찌든 ‘독기’도 쏙 빼낼 작정이란다.토지문학관에 ‘박혀 있는’ 박씨와 4일 오전 전화 인터뷰를 했다.그는 첫마디를 “깊은 산속에 있다 보니 물이 올랐다.”고 내뱉었다.그러면서 지금까지의 42년 문학인생을 연습이었다 치고,더욱 고독하고 새롭게 작가의 길로 가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사회인임을 포기했으니 순수하게 작가적 삶을 사는 것이 자신의 최종 선택이라고 부연했다.

교수직을 그만둔 진짜 이유를 물었다.그는 “교수와 작가를 겸업하는 것이 쉽지 않다.교수를 하니까 소설을 못 쓴다는 징크스도 있고,교수로 65세 정년을 마친 뒤 글을 쓴다는 것 또한 초조하게 만드는 일이다.작가에게도 정년이 있지 않겠느냐.”라면서 “교수는 (정열을) 50% 투자하면 되지만 작가는 문장 하나하나에 150%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문학관에서의 ‘하숙 생활’이 궁금해졌다.그는 “현재 소설가 조용호씨,노래하는 김민기씨 등 3명이 머물고 있다.”면서 아침 9시에 일어나 한시간가량 산책하고 낮 12시에 하숙집 아줌마(박경리씨)가 제공하는 점심을 먹은 뒤 집필에 들어간다고 했다.오후 6시 저녁식사를 한 뒤에는 새벽까지 책속에 푹 파묻힌다.네팔 여행을 앞둔 요즘에는 티베트의 역사·문화와 관련된 책을 탐독한다.

“티베트의 지혜는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죽음의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까지 있지요.”

책 몇권만 달랑 들고 왔다는 그는 토지문학관 별채 2층을 사용한다.조용호씨와 김민기씨는 아래층에서 기거한다.



새로운 문학인생에 발을 내디딘 박씨는 작품구상에 대해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장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대중적이 아닌 순수문학적 작품을 생산해낼 작정이다.“네팔을 다녀온 뒤로도 1∼2년은 더 유랑생활을 할 생각입니다.박경리 선생도 스스로 고독에 처해 있을 때 ‘토지’라는 걸작이 나왔지요.”

김문기자 km@˝
2004-03-05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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