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플레이볼] 장종훈과 박정태
수정 2004-03-03 00:00
입력 2004-03-03 00:00
필자는 한국 스포츠의 고질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는 ‘조로 현상’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이들이 다른 선수들보다 게으르거나 고참이라고 대충 운동하며 버티는 부류는 아니다.박정태는 수많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재기하는 연습벌레로 유명하다.장종훈 역시 연습생 시절부터 남보다 더 열심히 하는 근면함이 ‘등록 상표’다.
다른 나라보다 이르거나 늦은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차피 스포츠란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서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기량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장종훈은 지난해 83경기에 나와 타율 .243에 6홈런 24타점을 기록했다.박정태는 타율은 .278로 괜찮아 보이지만 전체 경기수의 절반도 안 되는 50경기밖에 출장을 못했고,17타점에 홈런은 단 2개였다.전성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성적이다.
선동열이 일본에서의 선수 생활을 끝내고 메이저리그 제안을 받았을 때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하나는 이제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 더 이상 욕심 부리지 말고 명예롭게 은퇴해 ‘국보 투수’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라는 것.
다른 반응은 운동선수는 뛸 수 있는 체력이 있고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스포츠맨다운 자세라는 것이다.전자의 주장을 지지한 팬들이 훨씬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 필자는 후자의 주장에 동조했었다.결국 선동열은 전자를 택했다.
여섯차례나 사이영상을 수상한 로저 클레멘스는 지난시즌 17승을 올리며 전성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기량을 과시했지만,프로선수로서는 할 만큼 다 했다며 은퇴를 고집했다.야구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로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미국 대표팀이 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그 꿈은 물거품이 돼 버렸다.고향팬을 위해 선수 생활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명예로운 일이라는 양키스 시절의 동료 투수 앤디 페티트의 설득으로 휴스턴과 계약했지만 명예를 소중히 아는 선수로 명성을 높였다.
그러나 전성기의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바로 은퇴해버리는 스모의 요코즈나 같은 태도만이 명예로운 것은 아니다.비록 전성기에 견줘 기량이 떨어지더라도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된다면 최선을 다해 끝까지 뛰는 것도 결코 불명예가 아니다.다만 최소한 연봉값은 한다는 가정에서의 얘기다.
‘스포츠투아이’상무이사 tycobb@sports2i.com˝
2004-03-03 4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