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의 그린에세이] 티칭프로가 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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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2-24 00:00
입력 2004-02-24 00:00
하느님의 머리 올리는 날의 기록은 20타라고 한다.연습 스윙 한번 해본 적이 없는 하느님이 캐디가 쥐어 주는 드라이버를 들고 팅그라운드에 섰다.“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는 방향으로 공을 날리십시오.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그립을 어떻게 쥐어야 할지도 모르는 하느님은 한 손으로 채를 잡고 휘둘러 공으로 소나무를 맞혔다.“그 다음은 어떻게 하는고?”

“그린에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캐디는 하느님에게 아이언을 건네주었다.“그 다음은?”

그린의 한복판에 공을 올린 하느님이 캐디에게 다시 물었다.“깃대가 꽂혔던 구멍에 공을 넣으십시오.”캐디가 하라는 대로 한 하느님은 겨우 버디를 했다.

“제2홀은 파3인데 앞쪽에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한 클럽 길게 잡으세요.워터해저드만 넘기면 그린에 올라갈 것입니다.”머리를 올리러 와서 첫 홀에서 버디를 한 하느님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캐디가 말했다.

“여기에서 바로 구멍에 넣으면 안 되는 것인가?”

“안될 리가 있습니까.그러면 아마추어 골퍼는 일생에 한번 할까 말까 한 홀인원을 하는 것입니다.”

“진작 알려주지.지난 홀에서도 단방에 구멍에 넣을 수 있었는데….”

하느님은 첫 홀을 제외한 모든 홀에서 홀인원을 했다.그래서 하느님의 머리 올리는 날의 기록은 20타요,두 번째 라운드부터는 18타가 되었다.이 이야기를 듣고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문제가 있다.캐디가 하느님의 골프실력을 미리 알았다면,쓸데없는 잔소리를 했을까.아마 드라이버를 들려주며 단 한마디로 “넣으십시오.” 했을 것이다.

골프란 골프장에서 경기자가 정해진 자리에서 공을 골프채로 쳐서,잔디밭에 배치된 18개의 구멍에 차례로 넣어 가는 구기다.공을 친 횟수가 적은 사람이 이기는 경기이므로 공을 정확한 방향으로 원하는 거리만큼 날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을 힘껏 치라는 프로도 있고,힘을 빼고 천천히 치라는 프로도 있다.몸통의 회전을 풀면서 원심력으로 다운스윙을 하라는 프로도 있고,이미 올라간 팔을 끌어 내리기만 하면 된다는 프로도 있다.골프 스윙을 가르치기에 앞서 외래어가 태반인 골프용어를 함부로 사용하면서 정신무장부터 시키려는 프로도 있다.초보 골퍼에게는 공이 똑바로 멀리 날도록 치는 법과 간단한 에티켓 등을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 티칭 프로의 할 일이 아닐까.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2004-02-24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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