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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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2-20 00:00
입력 2004-02-20 00:00
부천 초등생 살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던 박모(14·중2)군이 19일 혐의를 벗고 귀가함에 따라 이 사건이 ‘개구리소년 사건’과 같이 미궁에 빠질 처지에 놓였다.경찰은 당초 초등생들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던 박군이 “경찰이 ‘형(21)의 운동화 문양이 초등생들의 사체 어깨에 찍힌 신발자국과 비슷하다.’며 형을 의심하는 것 같아 형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며 범행을 부인하는데다 물증이 없어 박군을 이날 석방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군이 진술을 번복하는데다 기존 진술도 신빙성과 구체성이 떨어져 박군을 일단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따라서 판단력과 의지가 약한 10대 소년의 말만 믿고 ‘유력한 용의자’로 긴급체포하고 언론에 발표까지 한 것은 경찰의 사건해결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일각에서는 강압수사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다시 원점으로

경찰은 이번 사건을 그동안 면식범에 의한 단독살인으로 보고 피해 학생들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면밀한 수사를 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한때 “초등생들이 승용차로 납치되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40대,살해현장과 가까운 곳에 있는 움막에 거주하던 60대 등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모두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이 가운데 40대는 목격진술이 거짓인데다 살해된 윤군 등의 인상착의와 옷차림 등을 너무 정확하게 기억해 졸지에 ‘목격자’에서 ‘피의자’가 됐으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미숙한 경찰수사

이처럼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피살현장에 범인 윤곽을 추정할 만한 증거물이 없고,신빙성 있는 목격자나 제보마저 드물기 때문이다.사건이 겨울철 늦은 밤 한산한 주택가 골목길과 야산에서 발생해 믿을 만한 목격자가 “윤군 등이 가톨릭대 앞에서 30대 남자를 따라갔다.”고 진술한 친구(11) 한 명밖에 없어 수사진의 애를 태우고 있다.경찰은 현장에서 모발 24점과 초등생들의 사체 어깨에 있는 운동화문양 등을 채취했으나 이것들은 범인 검거 후 동일인 여부를 밝히는데 참고가 되는 정도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개구리소년 사건과 같이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이와 함께 뚜렷한 증거도 없이 중 2학년생의 진술을 근거로 유력한 용의자로 분류한 것도 성급했다는 지적이다.165㎝의 키인 박군이 150㎝인 초등생 2명을 한꺼번에 살해하기가 어려운데도 경찰은 박군을 이틀째 조사하며 긴급체포까지 해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물론 인권침해를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부천 김학준기자 kimhj@˝
2004-02-20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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