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CEO 한국배우기 ‘붐’
수정 2004-02-19 00:00
입력 2004-02-19 00:00
GM대우의 닉 라일리(55) 사장은 대내외 행사에서 언제나 서두나 말미에 서툰 한국어를 사용한다.지난해 회사 출범 1주년을 기념한 TV광고에 직접 출연한 라일리 사장은 한국어를 구사해 호평을 받았다.한국 음식중 생선(조기)을 제일 좋아하는 라일리 사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과 함께 한국의 고궁을 산책하거나 미술관에 들러 한국 문화와 정취에 흠뻑 빠진다.
르노삼성차의 제롬 스톨(50) 사장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이면 회사 17층 집무실에 ‘출입 금지’라는 팻말을 내건다.지난 2000년 9월 회사 출범 이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CEO로 활동하기 이전부터 소설가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프랑스 번역판을 읽었을 정도로 ‘지한파(知韓派)’에 속한다.시간만 나면 남대문시장의 허름한 식당에 들러 갈치조림을 먹는 것을 즐긴다.풋풋하고 소박한 시장통에 앉아 한국의 인정을 체험하는 것이 한국을 빨리 배우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다.
올해로 한국생활이 7년째인 다임러크라이슬러 웨인 첨리(50) 사장은 김치찌개,만두전골,비빔밥,부대찌개를 즐겨 먹는다.부인 조안과 두 딸이 한국의 문화유적지에 관심이 많아 주말이면 경복궁이나 인사동 등 한국의 문화가 물씬 풍기는 곳을 자주 찾는다.
최근에는 유홍준 교수가 지은 ‘아기부처의 미소’를 읽고 한국 사찰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알게 됐다.정비공장이나 전시장 개장 같은 내부행사 때는 직원들과 같이 돼지머리에 절을 하면서 복을 비는 토속적인 행사에도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전자·정보통신 제품에 매료돼 미국 본사가 있는 디트로이트나 고향인 텍사스에 들를 때마다 친인척이나 지인들에게 한국산 휴대전화를 권할 정도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이보 마울(45) 사장은 한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서는 항상 한국인의 입장에 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이 때문에 마울 사장은 대외 행사 때마다 인사말을 한국말로 한다.고객을 대접할 때도 한국 음식만을 고집한다.한국어 신문을 직접 읽고 뜻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과 한국어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때론 한국어로 된 서류를 보고 잘못된 맞춤법이나 철자를 지적할 정도로 능숙한 한국어 실력의 소유자다.한국 역사와 문화,한국인들에 관한 저서를 독일에서 발간하기도 했다.
한국도요타 오기소(50) 사장은 지난해 7월부터 집 근처인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국어학원을 나가고 있다.1주일에 두 차례 꼬박 수강한 끝에 지난해 연말 한국어 능력시험 1급을 통과했다.2월 초에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A4용지 2장 분량의 연설문을 한국어로 읽어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이종락기자 jrlee@˝
2004-02-19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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