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잠실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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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2-17 00:00
입력 2004-02-17 00:00
재건축 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잠실 주공아파트의 한 단지에서 이달 들어 보름 동안 4차례나 도둑이 들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특히 서울 다른 지역에서 소문을 듣고 원정 절도를 벌인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민생 치안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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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스럽게 방치된 잠실주공APT
 재건축 공사를 앞두고 흉물스럽게 방치된 서울 주공2단지 옆을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최근 이곳에는 절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 김명국 기자 daunso@
흉물스럽게 방치된 잠실주공APT
재건축 공사를 앞두고 흉물스럽게 방치된 서울 주공2단지 옆을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최근 이곳에는 절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 김명국 기자 daunso@
주민들은 “인적이 드문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범죄사각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뾰족한 치안대책이 없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15일 새벽 5시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아파트 2단지 빈집에서 드라이버로 알루미늄 창틀 50㎏을 뜯어 마대자루에 담아 가지고 나오던 이모(33·무직)씨가 때마침 순찰을 돌던 경찰에 붙잡혔다.재건축 시공사 소유의 재산을 훔친 이씨는 절도 혐의로 입건됐다.동대문구 이화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이씨는 경찰에서 “주공아파트 재건축 아파트에 가면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이 곳을 찾게 됐다.”고 진술했다.

앞서 11일과 14일에는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 268동과 216동의 4,5층 빈집에서 각각 50대 2인조와 30대가 40만∼80만원어치의 철근과 싱크대 알루미늄 등을 훔쳐 나오다 적발됐다.지난 1일 오후 3시쯤에는 30대 3인조가 1t짜리 트럭을 갖고 와 절도행각을 벌였다.피의자들은 대부분 직업이 없거나 주거가 뚜렷하지 않았다.

이 아파트 2단지에서 적발된 절도건수만 이달 들어 4차례.모두 7명이 구속되거나 불구속 입건됐다.경찰과 주민들은 실제 절도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단지의 재건축 사업승인이 난 지난해 2월 이후 이곳에 거주하던 4450가구 가운데 대부분은 떠나가고,현재 300여가구만 남아 있다.빈집이 많고,남아 있는 가구도 86개동에 흩어져 있어 을씨년스럽고 인적도 거의 없다.3,4단지는 2002년에 사업 승인이 나 철거작업이 끝났거나 진행중이다.1단지는 아직 승인이 나지 않아 주민들이 살고 있다.경찰은 “경비업체 직원이 하루 2명씩 배치돼 있고,가끔 순찰차가 인근 지역을 돌고 있다.”고 밝혔지만,주민들은 “마음만 먹으면 대낮에도 누구라도 빈집을 털 수 있어 부랑자나 우범자의 범행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2단지 268동 주민 이모(35·여)씨는 “며칠 전 밤에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고 문고리를 잡아 흔드는 바람에 놀라서 급히 문을 열어 보았더니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면서 “무서워서 문단속에 신경쓰는 것은 물론이고 밤에 외출하기도 겁난다.”고 말했다.6살 손자와 산책을 나온 주민 김모(60)씨는 “빈 동 입구를 폐쇄하든지 경고문을 붙이든지 불량배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올해 2단지 근처 잠신고교에 입학하는 나가영(16)양은 “매일 이 길로 통학을 해야 한다니 무섭다.”면서 “사람이 많은 곳으로 학교를 옮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 학교 1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이모(44·주부)씨는 “개학 이후 자율학습이나 학원을 마치고 늦게 귀가할 때는 반드시 데리고 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비어 있는 집들이 청소년 탈선이나 납치·폭행 등 범죄의 장소가 될 수 있어 신경을 쓰고 있지만 실거주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 무작정 많은 인원을 투입할 수도 없다.”면서 “순찰을 최대한 자주 돌아 주민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2004-02-17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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