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꼬마의 밤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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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1-28 00:00
입력 2004-01-28 00:00
중학교 다니는 꼬마 녀석이 밤 10시가 넘어 갑자기 놀다 오겠다며 옷을 주섬주섬 챙긴다.며칠 전 외할머니가 미국에 갔다오며 사온 홑겹의 운동복 상의도 걸쳤다.바깥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돈다며 두꺼운 점퍼로 바꿔 입으라고 채근하자 속에 남방 한벌을 더 입겠단다.‘오죽 자랑하고 싶었으면’하는 마음에 외출을 허락했다.그러자 녀석은 잔득 껴입은 옷 때문에 몸이 두배로 불어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현관 문을 나선다.

첫째와 두살 터울인 꼬마는 새 옷을 얻어 걸친 적이 별로 없다.형이 1∼2년 입고 지겨워질 때쯤이면 녀석의 차례다.그래서 큰 녀석은 새 옷을 사주어도 항상 시큰둥한 반면 꼬마 녀석은 어쩌다 새 옷을 사주면 얼굴 가득히 기쁨이 넘친다.



막내인 나도 어린 시절 새 옷을 받았던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언젠가 아버지가 사온 형의 점퍼에 시샘이 나서 몰래 면도칼로 박박 찢었다가 무척이나 혼난 적이 있다.그래도 아직까지 꼬마가 형의 옷에 흠을 내지 않은 것을 보면 나보다는 낫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우득정논설위원 djwootk@
2004-01-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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