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인당수‘의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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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2-30 00:00
입력 2003-12-30 00:00
지난주 우연찮게 전통 판소리를 가무악극으로 만든 ‘인당수 사랑가’를 관람했다.공연에는 문외한이어서 처음 제목을 보고선 ‘인당수에서 무슨 사랑’ 하고 의아해했다.춘향이가 장원급제한 이 도령을 기다리다 처음 만나 사랑을 언약한 인당수에 빠져 자살을 한다는 내용이었다.뒤이어 춘향의 꽃상여가 나갈 즈음 남원에 당도한 이 도령도 함께 인당수에 빠져 죽는다고 각색한 줄거리의 애절한 사랑노래였다.

배경음악·판소리 내레이터가 무척 색달랐고,인형을 등장시킨 초반부의 아이디어도 기발했다.애잔한 판소리 가락이 가슴을 파고들기도 했고,군데군데 단조로운 진행이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했으나 재치가 번뜩이는 새 기법이 공연내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공연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여름 태풍 매미가 우리나라에 상륙할 즈음 관람해 화제가 됐었다.연말까지 공연이 연장된 것도 대통령이 구설에 오른 ‘덕분’이라고 하는데 참일까.

공연이 끝난 뒤 살을 에는 겨울밤 바람에 떨면서 ‘앞에서는 찧고박고 난리를 치면서 뒤에서는 상류사회 흉내’를내는 이중성이 느껴져 싫었다.갑신년 새해에는 우리 사회도 좀 더 부드러워질 수 없을까.

양승현 논설위원
2003-12-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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