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화단 두 거장 미술관서 만나다/한 중대가전 장우성 리커란 19일부터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3-11-11 00:00
입력 2003-11-11 00:00
한국 화단의 최고 원로인 월전(月田) 장우성(사진 왼쪽·91) 화백과 20세기 중국 회화의 거장 리커란(李可染,1907∼1989) 2인 합동전이 19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올 겨울 가장 묵직한 전시로 기록될 ‘한·중대가전-장우성ㆍ리커란’에는 두 작가의 대표작 60여점씩이 각각 출품된다.19세기 후반 이후 한·중 양국의 화단은 전통과 혁신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이해할 수 있다.전통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이 문제는 근대 이후 한국과 중국 두 나라 화단의 커다란 화두였다.이번에 선보이는 두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처한 시대상황과 그 속에서 작가가 선택하고 지켜나간 것,나아가 그 과정을 통해 작가가 대변하고자 하는 시대상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韓/‘월전화풍' 창조

월전은 해방 이후 일본화풍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그 작업의 하나로 중국 남화의 수묵담채와 선묘적 골법을 바탕으로 형상의 단순화와 선조(線條)의 직선화를 꾀했다.이른바 ‘월전화풍’을 창조한 것이다.월전은 80년대 이후 비판적 현실인식을 토대로 한 문인화 세계를 펼쳤으며,90년대 이후에는 한층 깊고 유려한 맛의 먹과 선으로 선(禪)의 정적과 탈속의 경계를 보여줬다.

이번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주로 초기작과 90년대 이후에 그린 것들이다.‘태풍경보’‘비’‘가을밤’‘적광(寂光)’등 풍경화와 ‘황소개구리’‘적조(赤潮)와 백어(白魚)’‘낚시를 문 고기’‘가을부엉이’등 동물화,조선 화가 오원 장승업의 술 취한 모습을 그린 ‘오원대취도’ 등의 인물화가 전시된다.또 ‘단군일백오십대손’은 선글라스를 끼고 휴대전화를 손에 든 젊은 여성의 모습을 담은 색다른 작품이다.이중 ‘태풍경보’는 작가 스스로 가장 특징적인 그림 가운데 하나로 꼽는 작품으로,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이 작품에 대해 월전은 “세기말에 무엇인가 세상을 한차례 휩쓸고 지나갈 것만 같은 느낌을 담았다.”고 말한 바 있다.월전은 이처럼 작가로서 단순한 탐미의 세계에 머물지 않고 세상에 대한 부단한 관심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고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밝혀왔다.

이번에 공개하는 최근작 ‘아슬아슬’(2003년)도 그러한 맥락에서 읽힌다.달리는 버스를 그린 이 작품에는 “무심코 새 차를 탔더니 갈지자로 운전하더라.승객들이 깜짝놀라 간이 콩알만해져 누가 운전하느냐 물었더니 초보운전자라 하더라.이러다 낭떠러지에 떨어지면 어떡하나.”라는 자작 해설이 붙었다.오늘의 어지러운 세상에 대한 비유일까.

中/그림에 현실 반영

리커란은 평생 중국 전통회화의 혁신을 추구한 인물이다.리커란은 “회화는 전통에 뿌리를 내려야 할 뿐 아니라 당대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항일선전화 제작 활동을 벌였으며,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후에는 서양화 기법과 인체관을 바탕으로 사실적인 작품을 그려냈다.문화혁명기에 리커란의 그림은 ‘흑화(黑畵)’로 지목돼 비판을 받았다.이어 창작활동을 금지당했다.



리커란은 인물화나 동물화도 많이 그렸지만 그의 회화의 중심은 단연 산수화다.리커란에게 산수가 조국산하에 대한 송가였다면,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소는 어린아이에게조차 순종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인민들에 대한 예찬이라 할 수 있다.이번 전시에는 ‘만산홍편'(萬山紅遍,온산이 두루 붉다)을 비롯한 풍경화 30여점과 ‘부채를 든 여인’등 인물화,소그림,서예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전형적인 리커란풍의 산수포치에 먹과 주사(朱砂)만을 사용해 그린 ‘만산홍편’.마오쩌둥이 지은 ‘장사(長沙)’라는 시의 한 대목을 그림으로 옮긴 것으로 중국 인민의 혁명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마음은 당에,예술은 인민에게 바칠 것’을 주창한 대약진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뒤 그린 이 작품에는 대약진운동 실패 후 힘을 얻은 수정주의 노선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겼다.(02)779-5310.

김종면기자 jmkim@
2003-11-11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