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폭력 피해아동 법정 세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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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1-01 00:00
입력 2003-11-01 00:00
성폭력 피해 어린이가 비디오 녹화 테이프 등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는데도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발생했다.그러잖아도 정신적,신체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을 어린이에게 끔찍한 악몽을 되살리는 진술을 몇차례씩 강요하는 경찰 수사 및 재판 관행에 대해 반(反)인권적 처사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가운데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언뜻 보기엔 매우 뜻밖의 일로 비칠 수 있다.그러나 이는 그동안의 많은 논의가 법적 효력을 가진 제도 개선으로 수렴되지 않고서는 아무런 효과도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과 다름없다.

경찰은 성폭력 피해 어린이를 보호하겠다며 지난 6월부터 13세 미만 비디오 진술 녹화제도를 도입했다.그러나 비디오 진술은 법정에서 피고인이 이를 부인할 경우 피해 어린이의 추가적인 증언 없이는 증거효력이 약하다는 것이 이번 판결 결과 명백히 드러났다.대검이 도입한 ‘1회조사 지침’ 역시 진술조서가 절대적 증거능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결국 현행 제도 아래서는 모든 사건에 대해 수사초기부터 법원증거조사절차를 밟거나 재판과정에서 형사소송법상 법정 진술 예외조항을 법원이 유연하게 적용하지 않고서는 피해 어린이와 가족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당국은 비디오 진술이 법적 증거 효력을 갖는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다양한 외국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법원에도 당부한다.어린이 인권과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피고인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어린딸’을 두번 울려선 안 된다.
2003-11-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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