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살인현장 봤는데 기억 안나네/24일 개봉 알 파치노의 ‘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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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0-10 00:00
입력 2003-10-10 00:00
알 파치노가 관록의 연기를 보여준다.24일 개봉하는 ‘목격자’(People I know)는 미국의 전설적 홍보 로비스트가 뉴욕 한복판에서 이틀(실제는 24시간)동안 겪는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텔레비전 시리즈 ‘섹스&시티’ 연출가로 명성이 자자한 대니얼 앨그란트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주연인 알 파치노를 비롯,킴 베이싱어,라이언 오닐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진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마천루로 둘러싸인 세계 최고의 도시에서 정·재계와 연예계,종교계 유력인사의 홍보 로비스트 세계를 다뤄 소재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앨그란트 감독은 이 화려한 공간에 살인,마약,섹스 등의 도시적 코드를 덧칠했다.당연히 영화의 분위기는 현대성을 맘껏 뽐낸다.

영화의 축은 둘이다.유명 로비스트 일라이(알 파치노)가 우연히 목격한 살인사건과 그의 화려한 로비스트 생활 뒤의 숨겨진 고독함이다.

일라이는 주요 고객인 캐리(라이언 오닐)로부터 정부(情婦)인 톱 모델 질리(테아 레오니)를 감옥에서 보석으로 빼내 LA로 보내달라는 은밀한부탁을 받는다.질리를 빼내고 그녀의 짐을 챙기느라 호텔까지 동행한 일라이는 그녀가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러나 그는 감옥에서 나온 질리를 따라간 마약 파티장에서 마리화나를 흡입한데다 주치의가 처방해준 신경안정제 등을 한꺼번에 복용해 그녀가 살해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영화도 누가 질리를 죽였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대신 그녀의 정사 장면을 담은 ‘게임기’에 관련된 인사들을 등장시키면서 위선과 추악함을 간접적으로 들춰낸다.

데뷔작이라서 너무 신중한 탓이었는지,아니면 24시간 안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해서인지 앨그란트 감독은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지 못한다.시간별로 주요 화면을 분할한 시도도 긴박감을 주지 못한다.그래서 스릴러로 내세웠지만 장르 성격이 다소 모호하다.

다만 우수어린 표정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알 파치노만이 외롭게 영화를 떠받친다.화려함에 가린 고독한 인간의 내면을 미세하게 재현하면서 한동안 시큰둥한 반응을 얻은 그의 명연기가 되살아난 느낌을 준다.특히 건망증과 잇단 질병,신경과민에시달리느라 숱한 약에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그의 일상은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자신의 모습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여겨진다.

일라이의 죽은 동생의 부인이자 그에게 시골에서 같이 살자고 권하는 그레이 역의 킴 베이싱어와 라이언 오닐은 역을 잘 소화했지만 알 파치노의 빛에 가린다.

이종수기자 vielee@
2003-10-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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