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 규제로 집값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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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0-10 00:00
입력 2003-10-10 00:00
정부가 ‘9·5 대책’을 발표한 지 한달여 만에 또 다시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교육인적자원부 등이 망라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될 것이라고 한다.대책의 내용으로는 과표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 강화,종합부동산세의 조기 시행,강북지역 특목고 설립 등 이미 발표됐거나 거론됐던 내용들 이외에,강남 등 투기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비율 규제가 검토되고 있다.은행들이 부동산 가액의 50%까지 대출해 주던 것을 40%로 낮추고,거품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대출 위험도를 높여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서민들은 안도하기는커녕 더 불안해 하는 것 같다.그동안 숱한 ‘헛방 대책’만 양산해온 정부의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전문 투기꾼들에게 또 한번의 ‘베팅’ 기회만 선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의 거듭되는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은 40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을 방치한 데 있다.이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흘러가 투기의 에너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투기의 에너지원을 차단하지 않고 투기를 잡겠다고 하다 보니 ‘헛방 대책’만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금방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른다.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게 하지 않으려면 바람을 빼내야 한다.부동산 시장도 이와 마찬가지다.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부동자금을 빼내 생산의 주체인 기업쪽으로 돌려야 한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금융쪽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그러나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예방하는 대책은 될 수 있지만,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자금의 흐름을 바꾸기는 역부족이다.금융시장이 자율화된 마당에 금융규제로 자금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구태의연한 발상이다.시장의 불건전한 자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촉구한다.
2003-10-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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