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음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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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9-04 00:00
입력 2003-09-04 00:00
<추강 선생께-술이 재앙을 부른다고 뚝 끊어버리면 불을 낼까봐 밥짓는 불을 지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공자도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난잡해지지 않았다.”며 “술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술을 절제하고 삼간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완전히 끊어 버린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매월당 선생께 답함-뜻이 굳지 못한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백배나 노력해야 술의 화를 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젊어서부터 술을 좋아해 구설수에 오른 일이 적지 않고,집안에서까지 술주정을 해 어머니께 큰 부끄러움을 드렸습니다.이에 어머님께 “임금님이나 아버님의 명이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하고 아뢰었습니다.선생께서 술을 마시라고 하교하신다 해도 맹세한 말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단종 폐위에 반대했던 생육신(生六臣)중 2명인 매월당 김시습과 추강 남효온이 주고 받은 편지다.이처럼 내로라하는 선비들조차 술에 대해 각별한 고민을 했다니,일개 범부들이 ‘한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 거듭후회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 아닐까.

김인철 논설위원
2003-09-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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