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병아리 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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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9-01 00:00
입력 2003-09-01 00:00
최근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확대되면서 카드빚으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신용카드가 마치 사회 전반에 불신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내몰리는 듯한 요즘 분위기를 보면 한동안 ‘신용사회의 꽃’으로 불렸던 위상이 무색할 정도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약도 잘못 쓰면 ‘독(毒)’이 될 수밖에 없다.카드시장의 양적인 팽창만큼 우리 사회가 ‘건전한 소비’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졌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요즘 할인점 매장에서 실시되는 ‘병아리 견학’ 프로그램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병아리 견학’이란 할인점 주변에 있는 유치원생이 올바른 소비문화를 배우기 위해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전국 할인점의 수가 260개를 넘어서면서 동네 할인점도 우리 아이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생활 속 교육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건전한 소비행위는 어릴 때부터의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외국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경제에 대한 기초적인 체험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돈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버리고 심지어 사람의 목숨까지 가볍게 여기는 요즘 세태를 보면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영어단어나 수학공식 하나를 더 외우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매장에서 유치원생들은 주어진 돈의 범위에서 규모있게 소비하는 법을 배운다.구매에 필요한 돈도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먼저 깨닫게 된다.예를 들면 어버이날을 앞두고 한달간 용돈을 모으게 한 다음 유치원생 스스로 ‘부모님 선물 구매계획’을 짜게 한다.

그런 다음 본인들이 직접 작성한 구매목록을 보면서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고르고 또 계산대에 가서 본인이 직접 돈도 지불하게 한 다음 마지막으로 영수증과 상품을 꼼꼼히 확인하게 한다. 자신들이 한달간 애써서 모은 용돈인 만큼 무분별한 소비가 이루어질 수도 없고 미리 구매계획을 짜서 쇼핑하기 때문에 절대 과잉구매도 일어나지 않는다.뿐만 아니라 대중이 많이 모이는 시설에서 무빙워크나 에스컬레이터 등을안전하게 타는 방법이나 계산대에서 줄을 서서 질서 있게 계산을 하는 등의 기초적인 질서교육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된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처음엔 다른 고객들의 쇼핑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질서있게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는 유치원생들을 자기 자식처럼 대견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기업에서도 점포 방문 기념으로 돼지저금통 등의 선물을 증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할인점과 같은 기업들이 어린이들의 살아 있는 체험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이제 할인점은 하루 200만명 이상이 드나드는 생활 속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현재 이마트의 경우에만 연간 1만명 이상의 유치원생들이 점포를 방문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요즘엔 이러한 경제교육뿐만 아니라 수백가지의 다양한 동식물들을 판매하고 있는 할인점이 바쁜 도시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자연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그 가운데서도 우리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꿈나무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책임이요 과제다.우리의 희망인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함께 미래의 건전한 소비문화 주체로 자라나기를 기대해본다.

황 경 규 신세계 이마트 대표
2003-09-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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