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국사 해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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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8-25 00:00
입력 2003-08-25 00:00
지난주 서울 한복판에서는 한·중·일 3개국 역사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사(國史)의 해체를 향하여’란,이색적인 주제의 공개토론회가 열렸다.우리나라 사람들이 학교에서 마땅히 배워야 할 과목으로 알고 있고 각종 국가 공무원 채용시험 등에도 필수 과목으로 들어있는 ‘국사’를 해체한다니 이 무슨 황당한 주장인가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학계 일각에서는 민족주의에 기반한 국사 체계에 대한 의문이 90년대부터 제기되기 시작했고,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비판의 연장선에서 한국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이 도마에 오르면서 지난해 창립50주년을 맞은 역사학회 국제회의에서 공식으로 다뤄졌을 정도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의제다.

윤건차,임지현,이성시 등 국사해체론자들은 ‘국사’가 20세기 이후에 구성된 개념인 민족주의를 한국 역사 5000년에 투영시켜 고구려,백제,신라,가야,발해 등을 모두 동일 민족 국가로 보고 개인의 다양한 정체성을 민족동질성 담론에 은폐시켜 버리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이는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근대국가 이후 성립된 일본인,일본문화 개념을 고대 조몬시대부터 헤이안시대에까지 투영시켜 일본 신화를 만들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이들은 이런 ‘국사’의 세계관이 지나친 자민족 중심주의로 세계화 속의 전 지구적 연대를 방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국가권력이나 정권의 이해와 결합돼 권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고 개인이나 다양한 집단의 욕망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따라서 ‘국사’를 해체해 억압됐던 역사적 상상력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일제에 대항한 국권 회복 이념으로서 ‘국사’의 역할뿐만 아니라 남북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이념으로서의 민족주의 또한 유효하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90년대 이후 탈근대 사회는 중심의 해체와 다양성을 향해 나아간다.동구권의 몰락 이후 가속화되는 세계화의 흐름 역시 국민국가의 형태와 기능에 흠집을 내고 있다.그러나 역사에 관한 한 민족주의적 사고가 압도적인 현실에서 일단의 학자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의 반향을 가져올지 자못 궁금하다.

신연숙 논설위원
2003-08-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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