停戰50년 동맹 50년 / (上)주한미군
기자
수정 2003-07-24 00:00
입력 2003-07-24 00:00
■美2사단 떠날 동두천
주한미군 한강 이남 재배치의 핵심인 미2사단 주둔지 동두천은 지역경제 붕괴 우려가 팽배해 있다.대부분의 주민들에게는 미군이 옮겨간 뒤의 ‘안보 공백’보다 경제가 우선 관심이다.
22일 오후 보산동 미2사단 주력부대 캠프 케이시 정문옆주차장.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동두천지부 소속 근로자 400여명이 부대 이전반대와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여중생 미군 장갑차 사망사고의 가해자인 관제병과 운전병 무죄평결에 항의,시위대가 몰려와 ‘양키 고 홈’을 외쳤던 바로 그곳이다.
●부대종사원·상인,위기의식
외항선원 생활을 접고 지난 88년부터 부대내 식당에서 일해온 현영화(47)씨는 “이 나이에 어디서 연봉 3000만원을 주겠느냐.”며 “고용이 보장된다면 아직 어린 두 딸과 아내 부양을 위해 평택기지 쪽으로 이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현씨처럼 현재 캠프 케이시와 호비·닙블·모빌 등 동두천 지역 미 2사단 산하 4개 부대에서 미군으로부터 직접 급료를 받는 근로자들만 모두 1500여명.이들은 부대 이전 과정에서 상당수가 해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대 인근 보산동·상패동 등에서 미군을 상대하는 360여곳의 점포 상인들도 불안하고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보산동 가방가게 ‘선 플라워’ 주인 이현옥(52)씨는 “어제 미군병사 2명이 들어와 ‘우리 나가라더니 이젠 가지 말란다.’며 비웃는 표정을 지어 민망하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미군 기지 출입 종업원들은 미군측이 최근 캠프 케이시내에 계획했던 대형 PX와 스포츠센터 건립계획을 취소,공사업체와 하도급 근로자들이 이미 평택으로 대부분 떠났다고 전했다.
●“기지촌 이미지 탈피 기회다”
그러나 미군 철수를 당장의 경제적 손해보다 기지촌 이미지를 탈피하는 적극적 계기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동두천시민연대 전 의장 이강석(41·학원경영)씨는 “최근의 미군부대 이전 반대 운동은 지난 50년간의 미군주둔 피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미군 철수에 따른 대책요구에 집중돼 있으나 피해는 부대 종업원들이나 상인들만 입어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이씨는 “미군 철수를 두려워하기보다 동두천을 사이버센터나 문화·관광지로 육성하는 등 ‘미군 없이도 잘 사는 도시’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동두천 지역 미군기지 종사원은 하청업체 근로자를 포함하면 모두 5000여명에 이른다.이들과 상인들이 벌어들이는 달러는 연간 800억원.동두천시의 올 전체 예산액 1607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동두천 한만교기자 mghann@
■주한미군·한국군 역할 변경은
한국과 미국이 23일부터 하와이에서 3차 협상을 진행중인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이 타결되면 양국 군간에는 적지않은 역할 변경이 예상된다.양국은 특히 한국측의 군사능력 발전에 따라 그동안 미군측이 맡아오던 ‘특정 임무’를 한국측이 맡기로 지난 4월 합의한 바 있다.
●한국이 맡게 될 ‘특정임무’는
군사전문가들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경비책임이 가장 먼저 한국군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전망한다.현재 JSA 경비책임은 한국군 350명,주한미군 250명 등 600명으로 구성된 유엔사 경비대대가 맡아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이른바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해 왔다.
전문가들은 또 “유사시 휴전선 인근 북한 장거리포 부대를 무력화하는 대(對)포병작전 임무도 해당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동안 미 2사단 소속 다연장로켓(MLRS) 2개대대(30여문)와 M109A6 ‘팔라딘’ 자주포 2개 대대(30여문)가 주로 이 임무를 수행해 왔다.이밖에 주한미군 소속 AH-64 공격용 아파치 헬기부대가 맡아오던 북한 특수부대의 해상침투 저지 임무와 후방지역 화생방 오염제거,지뢰 살포작전,수색 및 구조작전,폭격유도 등 전선통제 임무 등도 국군측으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한·미 군 당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는 특수임무는 10여개로,그동안 최전방에 배치된 미 2사단이 수행하고 있거나 유사시 수행하는 임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시기와 문제점
한·미연합사 관계자는 “특정 임무 이양은 기본적으로 미 2사단 후방 재배치 시점과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미측은 이같은 특정 임무를 2006년까지 한국군에 넘기려고 하는 반면,우리측은 이보다 늦은 2010년쯤이나 이양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우리가 JSA 경비책임 문제를 조기에 미측으로부터 넘겨받을 경우 ‘유엔사의 위상이 흔들리고 국민들에게 미국의 인계철선 역할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안보 불안감을 불러올 수 있어 우리측은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하자는 쪽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
■美2사단 맞을 평택
22일 오후 ‘제2의 이태원’으로 불리는 경기도 평택시 신장 1동 신장쇼핑몰.미군 오산기지 정문과 마주보고 있는 이곳은 평소 같았으면 쇼핑 나온 미군들로 활기를 띠었으나 이날 따라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최근 기지 주변에서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집회가 자주 열리자 미군들이 외출을 삼가고 있기 때문.
쇼핑몰 입구에는 상인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데모 결사반대’란 현수막이 나붙어 미군 2사단 평택 주둔과 관련한 양분된 지역 여론을 대변하고 있었다.
●경제활기 기대 목소리
평택지역 주민들은 주한미군 2사단 이전 계획에 대해 ‘환영’과 ‘반대’의 엇갈린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기지 주변을 중심으로 한 지역 상공인들은 “경제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며 기대에 찬 표정이다.
이곳에서 가죽의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김모(43)씨는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기지 정문앞에서 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잇따르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어쨌든 미군이 추가로 내려올 경우 점포마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송탄상공인회 등 지역 상공인들은 현재 미군들이 먹고 마시고 물건을 구입하면서 쓰는 돈이 평택경제의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따라서 미8군사령부와 미2사단 병력이 추가로 들어올 경우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박해천 송탄관광특구연합회장은 “관광특구인 송탄지역과 평택항을 연계한 관광도시 조성계획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주둔 잘 사는 곳 없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와 평택시는 정반대의 견해를 갖고 있다.미군기지가 있는 곳 가운데 잘 사는 도시가 없다며 평택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땅 1평 사기운동’을 통해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반대해온 미군기지 확장반대평택대책위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미군기지 이전논의 자체가 한반도 안보 불안을 부추겨 이득을 보려는 미국의 정략적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특히 미군기지 이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보다는 미군범죄와 향락산업 확산 등으로 인해 오히려 삶의 질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강상원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다른 지역은 발전해도 기지촌 주변은 50년이 지나도 판잣집들이 즐비한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시도 미8군사령부의 이전은 기존 기지를 확충하는 선에서 수용할 수 있지만 동두천 미 2사단 보병부대의 이전에 대해선 꺼려하고 있는 눈치다.
평택 김병철기자 kbchul@
2003-07-24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