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좋은학교’ 만드는 평준화로
기자
수정 2003-07-07 00:00
입력 2003-07-07 00:00
여러 여론 조사를 보면 학부모의 60%가량이 평준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이러한 이유로 평준화 정책은 지난 30년 동안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새로운 발전적 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평준화 체제에선 특별히 보살펴 주기 어려운 ‘재능’을 길러 주기 위한 특수 목적 고교가 유일한 보완책이 되고 있을 뿐이다.
만약에 고교에 진학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듯이 치열한 시험을 거치지 않고,학교를 선택적으로 지원하여 진학할 수만 있다면,평준화는 재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교육을 발전시키고,학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좋은 학교’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첫째,학교가 개성을 가져야 하며 학생의 교육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학교가 등장해야 한다.이를 위해 학교 운영에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학생들 간에 개인차가 있다는 것은 교육학의 중요한 발견 사항이며 학교 교육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학생들 개인차는 여러 측면에서 드러난다.학업 능력,학업에 대한 흥미,장래 희망 등에서 학생들은 서로 다르다.어떤 학생은 어문 계열에,어떤 학생은 수리 및 자연 과학에,전통적 기술에 몰입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개인차는 교육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보다 현격해진다.초·중학교 교육이 기초 교육에 중점을 둔다면,고교 교육은 학생이 지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실험해 보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이것이 학교가 개성을 지녀야 하며 학교 교육의 프로그램이 다양화돼야 할 이유가 된다.
둘째로 학교가 책임을 지는 운영 주체가 되기 위해 학부모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이것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하고 주요 선진국들은 이 방법을 교육개혁의 방편으로 삼고 있다.교육행정 당국의 행정 통제 방식이 학교가 그 책임을 다하는지 평가하고 통제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 돼 왔다.이러한 방법으로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질적 수준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경험을 해왔다.교육부도 지방 교육행정 체제를 단위 학교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하고,시·도 교육청은 지원 행정 체제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제 교육 행정 당국의 행정 통제를 대체하는 방법이 등장해야 한다.하나의 가능성은 학교와 교사들이 스스로 전문적으로 책임을 지는 고도의 전문적 책임 의식과 이에 따른 헌신적 노력을 토대로 하는 전문적 책무성이 대안적 모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형은 공교육이 대중화되는 학교 교육의 보편화 과정에서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조로서의 교원 단체의 등장은 전문적 책무성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이러한 이유로 한편으로는 학교 운영에 거의 완벽한 수준의 운영 자율성을 부여하는 한편,학부모에게는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여학교 운영의 두 주체 간에 견제와 균형을 부여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 정책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이 정책이 ‘좋은 학교’를 만들어 가는데 걸림돌이 되는지 아니면 좋은 학교의 토양이 되는지를 검토하는 데 있다.고교 평준화 정책은 학교의 개성을 신장하고 학교 교육의 다양성을 살리는 데 제약을 주고 있다.또한 학교 운영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주체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학부모가 학교를 어떻게 평가하며 어떤 학교를 선호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은 좋은 학교를 만드는 데 참고해야 하는 중요한 신호가 된다.
이 종 재 한국교육개발원장
2003-07-07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