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와 사랑에 빠진 경관/경찰청 정보국 김성섭 경감
수정 2003-05-19 00:00
입력 2003-05-19 00:00
경찰청 정보국에 근무하는 김성섭(金成燮·48) 경감은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1,2차례는 문화유산을 찾아 떠난다.처음에는 취미 차원이었지만 이제는 외부 강의까지 맡을 정도로 전문가 수준에 이르렀다.
그가 우리 문화유산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94년.평소 알고 지내던 문화재 관련 공무원의 방에 들렀다가 안견의 ‘몽유도원도’ 영인본이 액자에 담겨 있는 것을 봤다.이 그림은 조선시대 명화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일본에 침탈돼 우리나라에서는 원본을 볼 수 없다.
그림을 알아본 김 경감은 “몽유도원도를 걸어두셨네요.참 훌륭한 명작입니다.”라고 반갑게 말을 건넸다.하지만 그 공무원은 “저 그림이 몽유도원도입니까?”라며 고개를 갸웃했다.김 경감은 “서글픈 생각이 앞섰고 나라도 우리 문화재를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유홍준 교수 답사팀에 겨우 합류
좀더 깊이 우리 문화재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던 그에게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눈에 띄었다.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가 이 책에 푹 빠진 그는 밑줄까지 쳐가면서,필요한 부분은 ‘삼국유사’ 등 관련 문헌을 찾아가면서 탐독했다.마침내 96년 유 교수를 찾아가 ‘답사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학생운동 경력이 있던 유 교수로서는 경찰관의 접근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새카맣게 밑줄이 쳐진 책을 들고 몇 차례나 찾아가 성의를 보이자 유 교수도 마침내 김 경감의 답사팀 참여를 허락했다.이후 그는 이 책에 등장하는 문화유산의 현장 300여곳을 대부분 둘러봤다.
그는 답사를 다녀올 때마다 직접 보고 느낀 문화재에 대해 20∼30개 정도의 문제를 만든다.답사팀과 함께 문제를 풀면서 세부사항을 두고두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노력이 쌓여 그는 어느새 ‘문화재 전문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2001년 한국은행에서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첫 강의을 한 뒤 7,8차례 외부 강의를 했다.
●2001년부터 7~8차례 강의도
숱한 문화재를 돌아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야 할 곳까지 ‘보수’와 ‘복원’이라는 명목으로 손을 대 본래의 가치를 잃게 했다는 점이라고 그는 말했다.대표적인 것이 충남 서산의 마애삼존불.“마애삼존불은 자연 그대로 놔둬도 풍파에 깎이지 않고 태양의 위치에 따라 백제인의 건강한 미소를 감상할 수 있도록 산속 깊은 절묘한 곳에 조각했습니다.그런데 여기에 보각을 만들어 지붕을 씌우고 문짝까지 달아놓은 겁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특히 일제 강점기에 우리 문화재가 엄청나게 훼손됐는데도 아직까지 회복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개했다.
충남 예산 출신인 김 경감은 지난 79년 경찰에 입문한 24년차 베테랑이다.경찰관으로서 김 경감은 “치안은 서비스이자 사회간접자본”이라고 주장한다.
2000년에는 ‘교통경찰의 민원 접점에서 운전자들이 인식한 고객만족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성균관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민원인이 있기 때문에 경찰관이 존재하므로 모든 민원인은 ‘고객’이고,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부인 구본숙(46)씨도 경찰청 감사과에 경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찰 가족’이다.
김 경감은 “우리 문화재를 접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경찰관으로서 직무에 최대한 충실하는 것은 물론이고,다리 힘이 있을 때까지는 문화재를 찾아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글 장택동기자 taecks@
사진 이언탁기자 utl@
2003-05-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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