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북핵 ‘추가 조치’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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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5-17 00:00
입력 2003-05-17 00:00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생애 첫 방미에서 ‘민족 공조’보다는 ‘한·미 공조’를 택했다.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꽤 만족하고 있다.일부에서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재확인했지만,‘추가 조치’를 용인한 것은 대북정책의 후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한·미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동북아 다자의 북한 옥죄기’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미국이 한반도 주변국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대북 압박을 시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일본이 북한 옥죄기에 가장 적극적이다.오는 23일의 미·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중·일(31일),미·중,(6월초),한·일 정상회담(6월초)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한·미 두 나라의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노 대통령이 ‘당당한 외교’자세를 접었다는 비판속에서 어쨌든 삐걱대던 관계는 복원의 길로 접어들었다.이례적으로 짧았던 만남에도 두 정상이 백악관 로즈가든에 섰다는 것이 신뢰감을 쌓았음을 상징하는 것이다.노 대통령의 ‘변화된’ 대미 접근법이 미2사단 재배치 연기 등 이런저런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한 듯하다.

방미 기간 내내 노 대통령의 인식변화는 뚜렷이 읽혀졌다.노 대통령은 지난 14일 워싱턴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어떤 정책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보지 못했다.상황이 바뀌면 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북핵 문제에 있어 입장 전환을 충분히 예고하는 언급이었다.

이런 기류 속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서에 북핵 해법의 ‘추가적 조치’가 명시됐다.평화적 수단을 통한 해결에 노력하되,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증대될 때는 다른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최근 미 언론에 자주 보도된 대북 해상봉쇄와 경제제재,군사적 선택 등 ‘모든 옵션’의 검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노 대통령이 강조했던 ‘북핵의 절대 평화해법’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노 대통령은 북한을 자극하는 어떤 대북 제재도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최근 강·온파의 대결 등 미측 상황이 우리측을 그쪽으로 몰아갔다는 것이 정설이다.우리의 운신 폭을 제한하는 덫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 지도부에 대한 ‘표적 공격’설을 보도했던 미 언론들은 추가적 조치는 군사행동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정상회담을 앞두고 온건파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잇달아 군사적 제재 선택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연관지어 보면 그림이 잡힌다.종전까지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미 고위관계자들의 ‘평화적 해결’은 군사적 대응을 뺀 모든 것이었는데,‘바그다드 효과’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한이 핵보유를 시인하고 핵재처리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미 고위관계자는 “군사적 선택방안은 항상 외교에서 뒷주머니에 넣어두는 그런 것”이라면서 “그래야 외교가 작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핵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북한은 일단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반발할 것이 틀림없다.남북 교류협력도 북핵의 상황과 연계해 진행하기로 돼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그렇다고 한·중·일 동북아 다자의 공동 옥죄기가 가동된 이상 북측도 강경책만을 고집할 수 없을 테니 답답하기만할 것이다.중국만 쳐다보는 것도 갈수록 주변 상황이 허락하지 않고 있다.이럴 때 북측이 자포자기 심정에서 강경책을 써 우리가 북핵 ‘추가 조치’의 부메랑을 맞지 않을까 우려된다.우리가 도리어 북핵의 볼모나 희생물이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모두가 ‘추가 조치’의 덫에서 자유스러울 때 해법도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노 대통령의 진정한 고민은 이제부터다.

이 건 영 논설위원 seouling@
2003-05-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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