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탁 안 들어주면 원수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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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5-01 00:00
입력 2003-05-01 00:00
참여정부에 들어서도 인사나 각종 사업상의 특혜를 따내기 위한 청탁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김병준 정부혁신위원장은 그제 한 모임에서 “인수위원 시절 하루 수십통의 인사청탁 서신을 받았으며 청탁을 들어주지 못해 원수가 된 지인이 수십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가 밝힌 청탁의 실상은 “인사청탁을 하는 사람은 패가망신하게 될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약속을 믿었던 대다수 국민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한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으로 시대가 바뀌었지만 우리 사회에는 일부 계층의 부도덕과 반칙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그들은 온갖 인맥과 연줄을 동원해 새정부의 실력자들을 찾아다니며 잘 봐달라는 청탁을 넣고 있다.재정경제부 등 일부 부처에서는 너무 많은 청탁이 들어와 장관이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청탁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청탁을 하다 패가망신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참여정부 초기의 서릿발 같던 청탁문화 근절 의지는 어디로 갔는가.

청탁문화를 근절하려면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의 능력과 업무수행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그 결과를 기록으로 축적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강금실 법무장관은 취임 초기 검찰인사를 할 때 검사들의 인사파일에 학력·경력·고향만 있고 사건처리 과정이나 공정수사 업적 등에 관한 기록이 전혀 없어 깜짝 놀랐다고 했다.청탁은 이런 제도상의 허점을 파고든다는 점을 명심하자.공정성이 결여된 사회는 사상누각과 같다.
2003-05-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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