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전쟁 / “후세인 놔두면 더많이 죽어 이라크인 위해 전쟁을 지지”
수정 2003-04-04 00:00
입력 2003-04-04 00:00
전세계가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연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쟁을 지지하는 곳이 바로 쿠웨이트이다.쿠웨이트는 전쟁에 투입된 미·영국 연합군 25만여명의 발진 기지로 이용되고 있고,연일 이라크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 25일 300여명이 쿠웨이트시티에서 전쟁지지 시위를 벌인 데 이어 3일 52개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이 전쟁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반전시위 물결에 묻혀 세계 언론들로부터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쿠웨이트인들의 이번 전쟁에 대한 입장은 공허한 메아리와도 같다.
초등학교 학생부터 노인까지,대학생과 전문직 종사자,사업가,NGO단체등 쿠웨이트 안에서는 이라크인들을 사담 후세인의 강압 통치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 주도의 전쟁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1990년 7개월간 이라크의 끔찍했던 침공 경험을 근거로 내놓는다.
3일 시위를 조직하는데 참여한 기업인 칼레드 가니는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후세인 정권이 어떤 정권인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 이라크 침공 당시 이라크는 수많은 쿠웨이트인들을 죽이고 다치게 했으며 국부를 약탈했다.희생자가 한명이라도 없는 쿠웨이트 가정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라크인들을 돕고 있다.아랍 위성방송들이 쿠웨이트를 편파적으로 다루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걸프대 학생인 자파 알 알리(25)는 “우리는 미군이 아니라 이라크인들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그는 “전쟁 자체는 반대하지만 1990년 우리를 이라크의 침공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처럼 ‘좋은 전쟁’도 있다.”면서 “이번 전쟁도 30년간 후세인 정권에 고통받아온 이라크인들을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민간인 희생은 가슴 아프지만 “후세인 정권은 이란·이라크전쟁과 1차 걸프전을 치르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100만명의 이라크인을 죽였다.”며 “후세인 정권을 그대로 놔두면 더 많은 이라크인들이 죽을 것”이라고주장했다.
알리와 쿠웨이트대 학생 살렘 쉬합(24)은 아랍권의 반전시위를 이렇게 설명했다.첫째 아랍인들은 대 이스라엘정책 때문에 미국을 원래 싫어한다.둘째,후세인 정권이 언론을 장악해 이라크와 미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작하고 있으며,셋째,후세인이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낮은 아랍인들의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또 이라크가 민주화될 경우 그 파장이 자국에 미칠 것을 우려한 국가들이 대규모 시위를 눈감아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쿠웨이트석유회사의 건강·환경전문가로 여성인권운동가인 파티마 알 압달리 박사는 “우리가 소외된다면 이는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며 “아랍인들은 모두 형제다.시간이 흐르면 원상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kmkim@
2003-04-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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