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 시선집 ‘반추’ - 관조하듯 돌아본 40년 시세계
수정 2003-03-26 00:00
입력 2003-03-26 00:00
시선집에 실린 대표시들을 보노라면 그의 시세계가 초심에서 크게 달라 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이를테면 데뷔 시절 작품인 ‘회상의 숲·1’이나 20여년이 흐른 뒤 쓴 ‘나 홀로 상수리나무를 바라볼 때’를 나란히 놓고 보면 그가 지향하는 세계가 다르지 않다.
시인은 예나 지금이나 과거를 되돌아보며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다.68년에 쓴 ‘회상의 숲·1’에서는 “…뒤척이는 물소리에 사라진/내 어린 그림자의 행방을/이제는 아무도 모른다/…”며 사라진 유년의 꿈을 안쓰러워한다.지난날을 아쉬워하는 시인의 얼굴은 91년 발표한 ‘나 홀로…’에서도 등장한다.강물에 떠내려가는 꽃 한 송이를 보면서 “…아프게 아프게 되살아나는/지난날의 그림”을 그리워한다.그러나 시인은한탄에 갇혀있지 않다.“상수리 나무에서/일제히 뜨는 새들이 부럽다”고 말하거나 독수리의 비상을 보며 “무서운 희열에 빠진다”(‘독수리’ 136쪽)며 고고한 비행을 꿈꾼다.
이런 그의 시세계를 시인 오세영은 “지향하는 삶의 내용이 아름답다.”며 “이 시집에서 상징적으로 제시하는 한 마리 새일지 모른다.”고 풀이한다.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며 세속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시인의 마음은 관조에 이른 듯하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를 내세우는데만 열중하는 세태를 비꼬는 근작 ‘누가 오나 누가 오나’는 생을 달관한 정점처럼 보인다.
이종수기자
2003-03-26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