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내년 총선서 지면 半통령”” 민주당 연찬회서 진정한 동참 촉구
수정 2003-01-24 00:00
입력 2003-01-24 00:00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지하 강당.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지구당 위원장과 선대위원장,당직자 등 300여명이 모인 민주당 연찬회에서였다.당초 노 당선자가 대선 승리를 당원들과 자축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로 마련됐지만 당 개혁방안에 대한 분임토의가 끝난 직후라 적잖은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노 당선자는 처음부터 허심탄회하게 최근의 심경을 털어놨다.당내 일각에서 터져나오는 서운한 감정을 의식한 듯했다.“‘정권잡았으면 함께 해야 할 것 아니냐.’하는 생각도 있을 것입니다.그럴 기미가 없어서 섭섭하고 억울하기도 할 것입니다.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사실 당선되고 기분은 좋은데 답답함이 있습니다.” 그는 “여론이 다른 사람 다 버리고 노무현 혼자 들어오라는 뜻인 것 같다.”면서 “동지는 문 밖에 떼놓고 오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고백했다.
노 당선자 특유의 ‘솔직 화법’은 이어졌다.“개혁을 하는 이유는 솔직히 당이 잘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당당하게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당 간부와 당원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여든 야든 어느 정당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니 선거에 이겨놓고도 정권잡았다고 말 못한다.”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를 위해 내년 총선의 승리를 강조했다.그는 “당선자로 다니면서도 반(半)통령 당선자인지 대통령 당선자인지 헷갈린다.”고 한탄한 뒤 “다음 선거에 이기지 못하면 반통령이 되고,정권이 아니라 반(半)권을 잡는 것”이라면서 “당장 기분좋게 한턱 못내도 민주당 승리의 보탬이 되도록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정치개혁과 관련,“우리는 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있다.”고 전제한 뒤 “멀리 내다보면 당장 손해보는 것 같아도 나중에 보면 옛날에 버린 것이 힘이 되어서 돌아온다.”면서 “저는 운이 좋아서 보답을 몇 배로 받았지만 여러분이 함께결단하면 운도 피해가지 못한다.”며 개혁의 진정한 동참을 촉구했다.
당선자의 심경 고백은 20여분 동안 이어졌다.서먹했던 분위기는 잦아들고 틈틈이 박수도 터져나왔다.그가 “섭섭하고 못마땅한 것이 있더라도 도와달라.”고 당부하면서 연설을 마쳤을 때 이들의 거리는 가까워진 듯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2003-01-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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