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서열 완화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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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1-17 00:00
입력 2003-01-17 00:00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교육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비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인수위는 사교육 억제 대책으로 중등교육에서 교과목을 축소하고 교육방송을 지원하고,인터넷 학습네트워크를 통해 학습프로그램을 다양화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이는 우리 교육문제에서 본질적인 것들이 아니다.
현재 우리의 교육파탄 기저엔 학벌주의가 있고 여기에는 중등교육,고등교육,그리고 사회일반의 의식 등이 서로 연결돼 있다.이 중 사회의 의식과 관행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어서 장기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그리고 중등교육은 대학의 완전한 식민지여서 독립변수가 되지 못한다.이런 상황에서 문제해결은 결국 고등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가장 핵심적인 것은 대학의 고착된 서열체계이다.
여기엔 학벌주의가 터잡고 있다.이러한 대학서열 체계를 무너뜨리는 과격한 방법은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학을 평준화하고 무상교육으로 나아가는 것이다.그러나 노무현 당선자는 대학평준화는 우리 현실에서 취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 적이 있다.
대학서열체계를 완화하기 위하여는 대학간에 유의미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체제를 조성하는 것이 요구된다.경쟁은 서열을 완화 내지 유동화시킬 것이고 그리하여 추상같은 대학서열 의식이 완화되는 것에 비례해 대학입학에 걸리는 경쟁의 압력은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간의 경쟁을 막고 서열체계를 고착화시키는 근본적인 구조는 사립대에 대한 국립대 우위체제에 있다.전국적으로는 국립서울대 일극체제이다.서울대는 비유컨대 끓고 있는 삼각시험관의 마개와 같다.밑에서 끓어오르는 민간의 다양한 의욕과 역량을 내리누르고 주어진 통속에서의 서열찾기에 만족하라고 강요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대학간의 진정한 경쟁,다양성과 개성이 있는 경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가 그 길을 비켜주어야 한다.대학은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면서 유능한 교수는 국적을 불문하고 모셔오고 또 학생들도 세계각국에서 유치해야 한다.이러한 경쟁의 최일선은 민간 즉 사립대학의 창의와 역량에 맡겨야 한다.압도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투여되는 국립대학은 경쟁의 가치를 내세워서는 안 되고 민간의 경쟁체제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보완적인 역할마저 마땅하게 없다면 ‘국립’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더 이상 국민의 세금을 축내지 말아야 한다.
현재 우리의 대학은 19세기 후반 일본이 근대화에 진입하면서 세운 제국대학의 이념 아래 여전히 묶여 있다.즉 고등교육이 철저히 국가에 복속해 있는 체제이고 이 체제의 선도역할을 국립대학이 떠맡고 있는 체제인 것이다.이것을 근본적으로 타파해서 고등교육을 민간주도로 개편하고 그리하여 다수의 특성있는 명문대학들이 커나갈 수 있도록 국가는 그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지금처럼 국가가 대학을 직영하여 민간을 압살(?)하는 형태는 비효율적이며 부정의한 것이다.
고등교육에서의 공정한 경쟁환경의 조성이 고착화된 대학서열을 흔들 수 있는 출발점이며 이것은 사회의 맹목적인 학벌의식을 변화시키고 중등교육에서 입학준비의 압박도 점차로 완화될 수 있는 숨통을 터줄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도 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서울대 개혁’이 핵심적인 과제임을 피력한 바 있다.그것은 문제의 핵심을 포착한 탁견이다.그것을 구체화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2003-01-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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